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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사건 고문으로 아들 잃고 왼손 장애…법원 "노인 질환 아닌 희생자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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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4·3사건 고문으로 아들 잃고 왼손 장애…법원 "노인 질환 아닌 희생자 인정"

입력
2025.01.07 16:35
수정
2025.01.07 16:52
0 0

"증언 일관되고 주변 진술과 부합"
20대 새색시 세월 흘러 100세 노모

4·3사건 당시 산으로 피신 간 어린이들. 제주4·3평화재단 홈페이지 캡처

4·3사건 당시 산으로 피신 간 어린이들. 제주4·3평화재단 홈페이지 캡처

1940년대 제주도를 피로 물들인 4·3사건 고문 피해자를 참사 희생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군경에 남편과 갓난쟁이를 잃었던 20대 새색시는 어느덧 100세를 앞둔 노모가 됐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8부(부장 이정희)는 A씨가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를 상대로 "희생자 불인정 결정 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상해는 4·3사건으로 남은 후유장애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1947년 20대에 제주에서 결혼한 A씨는 이듬해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4·3사건으로 남편을 잃고 홀로 아이를 키우던 중 자신마저 경찰들에게 연행됐다. 강제로 끌려가는 과정에서 품에 안고 있던 아이를 떨어뜨리면서 만 1세가 되지 않은 아들은 그대로 숨졌다.

A씨는 이후 산에 끌려가 모진 가혹행위에 시달렸다고 했다. 공중에 두 손을 묶은 채 매질과 물고문을 하던 경찰들이 갑자기 끈을 잘라 바닥에 고꾸라지면서 왼쪽 손목이 부러졌다는 게 A씨 주장이다. 왼손 장애는 당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뼈가 제멋대로 붙어버린 탓이라고 했다.

A씨 가족은 이후 진상규명위에 숨진 아이를 당사자로 하는 희생자 신고를 했고, 2023년 A씨는 유족 결정을 받아냈다. 그러나 A씨 본인에 대한 희생자 신청은 "현재 골절이 노인성이나 골다공증 등에 인한 것으로 판단되고 4·3사건과 연관성이 없을 가능성이 많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A씨 주장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친족 및 이웃들이 "A씨가 왼쪽 손목을 4개월 동안 보자기로 목에 두르고 다니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고 △감정의가 "노인성 골절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회신한 점을 토대로 희생자로 인정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진상규명위는 A씨 진술을 상당 부분 받아들여 숨진 영아를 희생자로 인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상해 발생 경위에 관해선 신빙성을 배척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주4·3사건은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군·경·토벌대가 제주에서 1만4,000여 명의 민간인을 학살·투옥·탄압한 사건이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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