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진·동익 동생 조동희 3집 '꽃차례'
아내, 엄마로 보낸 20여 년의 삶 노래로
“같은 줄기에서도 꽃이 피는 순서가 있대/ 늦게 피는 것이 뒤처진 게 아니듯/ 우리는 우리만의 시간을 사는 거야.”
싱어송라이터 조동희가 최근 발표한 정규 3집 ‘꽃차례’의 동명 타이틀곡 가사다. 그는 이 곡에서 “모두 달리는데 혼자 남겨진 기분”이라면서 “갈아내고 불태우다 하염없이 주저앉곤 했지만” 뒤늦게 피어난 자신의 꽃을 보았다고 노래한다. 그러면서 “전쟁터에서 시를 써. 오늘도 난”이라고 조용히 읊조린다.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동희는 앨범에 담긴 노랫말에 대해 “애초엔 더 자세한 내용들이 있었는데 깎고 또 깎아 담담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평소 친분이 있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매만진 결과라고 했다. “선생님 때문에 더 고쳤어요. (한강 작가가 좋아하는 가수로) 회자되고 나니 더 잘 쓰고 싶었고, 더 담백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창법도 편곡도 가사도. 굉장히 뜨거운 내용들도 식히고 깎고 다듬었어요.”
성악가이자 피아니스트, 사진작가였던 영화감독 조긍하의 딸이자 유명 음악가 조동진∙조동익의 막내 동생인 조동희는 1997년 장필순의 대표곡 중 하나인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작사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1999년 옴니버스 앨범에 자작곡 ‘너는 자꾸’ ‘잠수함’을 발표하는 한편 모던록 밴드 원더버드 보컬로 정식 데뷔했으나 2004년 결혼과 출산 이후 ‘전쟁터’ 같은 삶을 사느라 자신의 음악에 집중하지 못했다.
2011년 솔로 1집 ‘비둘기’를 냈고 이후 영화나 드라마 음악을 만들고 작사가로 활동하며 7년간 꺼져 있던 불씨를 되살렸다.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는 생계형 음악가로 활동해야 했다. “실력이 된다면 나중에 누군가 너를 찾을 것”이라는 지인의 조언에서 힘을 얻었다. 그는 “전쟁터 같다곤 했지만 그렇게 말하기엔 너무 행복했기 때문에 ‘사는 게 전쟁’이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그런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내가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고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전쟁터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들과 자신처럼 긴 터널을 지나 뒤늦게 꽃을 피우는 이들에게 힘을 주는 응원가이기도 하다.
세 아이가 성장하며 조동희에게도 시간 여유가 생겼다. 그 후론 음악이란 전쟁터를 쉴 새 없이 누볐다. 2000년 2집 ‘슬픔은 아름다움의 그림자’를 냈고 이듬해 자신처럼 어머니이자 음악가인 이들과 함께 ‘마더 프로젝트’ 앨범을 제작했다. 오빠 조동익과 협업해 하나의 곡을 두 가수가 부르는 ‘투트랙 프로젝트’도 기획했다. 작사학교인 ‘작사의 시대’도 운영 중이다.
평양냉면처럼 슴슴하고 담백한 8곡을 담은 새 앨범엔 이렇게 살아온 자신의 삶이 고스란히 담겼다. “너는 말할 수 없이 외로웠구나” “너는 빈 배처럼 쓸쓸했구나”라고 노래하는 ‘너는’에선 “이 푸른 하늘 어둠으로 도망치지 마/ 이 세상 변함 없는 한 가지/ 모든 건 반드시 지나간다는 거야”라며 스스로를, 그리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을 위로한다. 8곡 모두 가사를 직접 썼고 그중 6곡을 작곡했다. 편곡에도 대부분 참여했고 프로듀서도 맡았다. 조동익은 이번에도 편곡, 연주, 믹싱 등으로 힘을 보탰다.
“두 오빠에게 받은 유산이라면 음악에 대한 자세일 겁니다. 음악에 정성을 쏟고 소중히 대하는 것. 동익 오빠와 작업하면서도 너무 설레고 재미있었어요. 음악은 참 아름다운 것이란 걸 새삼 느낍니다. 이 일을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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