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정당 국민전선(FN) 창립자
반유대주의·차별로 수차례 유죄판결
딸 마린 르펜이 뒤이어 극우 이끌어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FN) 창립자 장마리 르펜이 7일(현지시간) 사망했다. 향년 96세.
AFP통신에 따르면 요양시설에 머무르던 르펜은 이날 정오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숨을 거뒀다고 유족들이 밝혔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성명을 통해 그를 '극우의 역사적 인물'이라 표현하며 "프랑스 정치사에서의 그의 역할은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고 간단히 평가했다.
베트남에서 치러진 제1차 인도차이나전쟁과 알제리전쟁에 참전했던 르펜은 1956년 27세의 젊은 나이로 프랑스 의회에 입성하며 당시 최연소 국회의원 기록을 세웠다. 그는 극우 세력을 모아 1972년 FN을 창당했고, FN은 이후 꾸준히 몸집을 부풀리며 프랑스 정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1974년부터 꾸준히 대선에 출마하던 르펜은 2002년 5번째 대선 도전에서 2차 투표까지 진출하는 데 성공하며 프랑스 사회를 충격에 몰아넣기도 했다. 다만 당시 극우세력의 집권을 우려하던 프랑스 국민들이 뭉치며 당시 상대 후보였던 자크 시라크가 82%라는 기록적인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AP통신에 따르면 르펜은 그간 반유대주의와 차별, 인종적 폭력 선동 등 혐으로 여러 차례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는 홀로코스트를 '사소한 사건'이라고 표현하는 등 그 의미를 부인하고 무슬림과 이민자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으며, 에이즈 환자를 특수 시설에 강제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영원한 프랑스'의 정체성을 보호하는 애국자일 뿐"이라고 항변하며 의견을 꾸준히 피력했다.
현재 프랑스 극우정치의 상징인 마린 르펜은 그의 셋째 딸이다. 장마리 르펜은 2003년 당대회에서 딸을 정계에 입문시켰다. 마린 르펜은 2011년 당대표에 올랐고, 2017년과 2022년에는 대선에 출마해 결선투표까지 진출하며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과의 격차를 좁혀나갔다.
다만 인종차별적인 발언과 거리를 두던 마린 르펜은 아버지의 과격한 발언이 계속되자 2015년 그를 당에서 퇴출시켰으며, 당 이미지 쇄신을 위해 당 이름을 FN에서 RN으로 바꿨다. 지난해 7월 프랑스 조기총선 1차 투표에서 30%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RN은 현재 프랑스 내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AP통신은 "당에서 쫓겨났음에도 불구하고 르펜의 분열적 유산은 지속돼 수십 년간 프랑스 정치사와 극우 행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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