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 대가·재판 개입 인정 안 돼
대법, '품위 손상' 이유 감봉 징계
지인이 연루된 민·형사사건에 손을 써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부장판사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법원은 금품의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그가 타인의 재판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알선뇌물수수,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망침해 등 혐의로 기소된 A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A부장판사의 친구 B씨와, B씨의 지인 C씨에게도 무죄가 확정됐다.
A부장판사는 2019년 2월 B씨로부터 사건 청탁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업가인 B씨는 당시 여러 민·형사재판에 얽혀 있었는데, 골프채 세트와 과일 선물세트를 건네받은 A부장판사가 판결문 검색 시스템 등을 통해 B씨에게 도움을 줬다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이었다.
반전은 A부장판사에 대한 법원 징계 과정에서 벌어졌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수입품인 줄 알았던 골프채가 알고 보니 중국산 가품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최소 3~5년간 사용한 흔적이 있는 중고제품으로, 감정가는 37만 원 수준이었다. 수수 규모도 77만9,000원으로 쪼그라들었다.
A부장판사는 재판 과정에서 "청탁을 받거나 허용된 권한을 넘어 시스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B씨 역시 혐의를 부인했고, 중간에서 골프채를 마련해줬으면서도 대법원 징계위원회에서 허위 진술을 한 혐의로 기소된 C씨도 "공무집행을 곤란하게 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1·2심은 피고인들 손을 들어줬다. A부장판사와 B씨가 10년 넘게 친분을 쌓아온 과정에서 수차례 금전거래를 해온 점을 감안하면, 골프채를 청탁 대가였다고 단정하긴 어렵단 취지다. A씨가 B씨를 돕기 위해 다른 재판부에 연락을 취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
A부장판사가 B씨를 돕는 과정에서 법원 내부망을 오·남용했다는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해당 시스템은 목적 외 사용·유출을 금지할 뿐 검색·조회 자체를 금지하진 않는데, A부장판사가 확인한 내용은 외부에 제공되는 자료와도 대체로 동일했다"고 밝혔다. B씨와 C씨도 무죄로 봤다.
대법원도 하급심 결론을 수긍하고 검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징계위원회는 청탁 대가 금품수수가 아닌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등을 사유로 A부장판사에게 감봉 3개월에 징계부가금 104만 원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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