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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가 '팩트 사라진 세상' 만들 것"… 필리핀 노벨상 수상자의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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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가 '팩트 사라진 세상' 만들 것"… 필리핀 노벨상 수상자의 일침

입력
2025.01.09 16:52
수정
2025.01.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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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독립 언론 '래플러' 대표 마리아 레사
AFP 인터뷰서 "독재자에 적합한 세상" 지적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필리핀 저널리스트 마리아 레사 래플러 대표가 그해 10월 9일 필리핀 마닐라의 한 건물에 들어서며 활짝 웃고 있다. 마닐라=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필리핀 저널리스트 마리아 레사 래플러 대표가 그해 10월 9일 필리핀 마닐라의 한 건물에 들어서며 활짝 웃고 있다. 마닐라=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기업인 메타가 미국 내 페이스북 등에서 팩트 체크(사실 확인) 기능을 폐지하자, 증오 표현·허위 정보의 무분별한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 수호에 앞장선 공로로 202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는 “메타가 독재자 입맛에 맞는 세상을 만든다”고 직격했다.

필리핀 독립 매체 래플러 대표인 레사는 8일(현지시간) AFP통신 인터뷰에서 “메타가 사실(팩트)이 사라진 세상을 만들 것”이라며 “이는 독재자에게나 적합한 곳”이라고 밝혔다. 메타가 전날 미국 내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서 허위 정보, 혐오 표현 등을 판별하는 제3자의 팩트 체크 기능을 없앤다고 밝힌 데 대해 일침을 가한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폐지 이유로 자사 플랫폼에 올라온 콘텐츠를 점검하는 팩트 체커들의 과도한 정치적 편향성을 언급했다.

문제는 미국 내 정권 교체를 앞두고 나온 갑작스러운 조처였다는 점이다. ‘빅테크(거대 정보 기업)가 게시물을 지나치게 검열한다’고 주장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눈치를 보며 ‘코드 맞추기’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레사는 ‘표현의 자유를 위한 조치’라는 저커버그의 설명이 완전히 잘못됐다고 했다. 그는 “수익에 의해 행동하는 사람, 그리고 돈과 권력을 원하는 자만이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며 저커버그를 맹비난했다.

팩트 체커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레사는 “언론인들은 기준과 윤리를 설정했다”며 “페이스북은 이를 제거하고 플랫폼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을 거짓과 분노, 혐오로 감염시키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레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행정부 시절 위험을 무릅쓰고 독재에 저항하며 표현의 자유를 지킨 공로로 202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레사가 설립한 독립 매체 래플러를 '가짜 뉴스 출구'라고 비난하며 취재 제한 조처를 내렸고, 그를 체포하기까지 했다.

국제 기구도 레사의 비판에 힘을 실었다. 영국 팩트 체크 기관 ‘풀팩트’의 크리스 모리스 CEO는 “(메타의) 이번 발표는 전 세계적인 의욕 상실을 초래할 위험이 있는 퇴보 조치”라고 꼬집었다. 인권단체 ‘글로벌위트니스’도 “이런 변화는 여성과 성소수자, 유색 인종, 과학자와 활동가가 온라인에서 목소리를 내는 행위를 더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SNS상에 만연한 혐오의 공격 타깃이 돼 온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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