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의 프로 선수 생활을 마친 축구 국가대표 출신 구자철(35)이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구자철은 14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수년 전부터 현역 은퇴를 고민하고 준비했다"며 "제 근육, 무릎, 발목이 버텨주지 못하면서 미련 없이 축구화를 벗을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돌아와 저를 발굴하고 키워준 제주에서 은퇴하고 싶었던 꿈을 이룰 수 있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제주 유나이티드(현 제주SK)에서 은퇴한 그는, 2007년 제주에서 데뷔해 2011년 독일 분데스리가로 건너가 볼프스부르크 유니폼을 입고 유럽무대에 진출했다. 이후 마인츠, 아우크스부르크를 거쳐 카타르의 알가라파, 알코르에서 활약하다 2022년 제주에 돌아왔다. 이제는 제주의 '유소년 어드바이저'를 맡아 제2의 축구 인생을 시작할 계획이다.
구자철은 한국 축구사에 족적도 남겼다. 연령별 대표를 거쳐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컵에 세 차례(2011년·2015년·2019년) 출전했고, 월드컵 본선 무대도 두 차례(2014년·2018년) 밟는 등 A매치 76경기에 나서 19골을 터뜨렸다. 2011년 아시안컵에서 5골을 넣어 대회 득점왕에 올랐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선 한국 축구 사상 첫 메달(동메달)을 목에 거는 등 친구인 기성용(FC서울), 이청용(울산HD)과 함께 2010년대를 대표하는 선수로 남았다.
구자철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런던 올림픽 시상식"을 꼽았다. 당시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2-0)에서 쐐기골을 터뜨린 그는 한국 축구가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는데 기여했다. 그는 "시상대에 서서 태극기가 올라가는 순간에 동메달을 목에 걸고 있었다. 1년 전 한일전 패배의 아픔을 털어냈었다"고 회상했다. 한국은 런던 올림픽 개최 1년 전인 2011년 8월 일본과 친선경기에서 0-3으로 참패했다. 그는 "한일전인데 0-3으로 져 굉장히 부끄러웠다. '다음 한일전 때 지면 축구를 그만두겠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축구인생에서 가장 아쉬운 순간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다. 대표팀 주장으로 브라질로 향했으나,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그는 "그때는 너무 어렸다. 최연소 주장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개인적으로 자랑스럽지 않다"며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에겐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 그때는 그 책임을 생각해보지 못했다. 저의 부족함 때문에 결과가 아쉽고 죄송했다"고 자책했다. 이어 "우리나라 축구선수 최초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는 데 함께했던 멤버로 기억되면 행복할 것 같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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