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등 고용 취약계층에 타격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용에 영향"
지난해 취업자 증가폭은 '반토막'
12·3 불법계엄 사태의 여파로 고용시장에도 한파가 불어닥쳤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쪼그라들면서 15세 이상 고용률은 2021년 2월 이후 46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계엄 이후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 임시·일용직 고용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작년 연간 취업자 수 증가폭도 전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04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2,000명 감소했다. 취업자가 1년 전보다 감소한 것은 2021년 2월 이후 3년 10개월 만이다. 건설업(-15만7,000명), 제조업(-9만7,000명), 도매 및 소매업(-9만6,000명) 등에서 취업자가 큰 폭으로 줄었다. 건설업은 8개월, 제조업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전년 동월 대비 0.3%포인트 하락한 61.4%였다. 월별 고용률이 하락 전환한 것도 3년 10개월 만이다. 실업률도 3.8%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고용 취약계층이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임시근로자는 전년 동월 대비 8만6,000명 줄었고, 일용근로자도 15만 명이 감소했다. 정부는 불법계엄의 후폭풍이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고용에 영향을 줬다"며 "속보지표상으로는 지난달 3주차가 저점이었고, 이달 들어 다시 상승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SI)가 전월 대비 12.3포인트 급락한 88.4를 기록하는 등 경색된 소비심리가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작년 한 해 고용 성적도 부진했다. 취업자 수는 2,857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15만9,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폭은 정부 전망치였던 17만 명을 밑도는 것으로, 2020년 코로나19 이후로 4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2023년 증가폭(32만7,000명)과 비교하면 1년 만에 반 토막이 난 것이다. 기재부는 "건설경기 부진 영향으로 건설업 고용이 감소하며 전반적으로 고용률 증가세에 제약이 걸렸다"고 밝혔다.
청년 취업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20대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2만4,000명 줄어, 2020년(14만6,000명 감소) 이후 4년 만에 최대폭 감소를 기록했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도 같은 기간 14만4,000명이 쪼그라들어, 고용률은 0.4%포인트 감소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고용 증가 속도가 조정을 받으면서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 등 고용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별다른 이유 없이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쉬었음' 인구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11만7,000명 늘어난 246만7,000명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로 가장 많았다. 이 중 15~29세 쉬었음 인구만 42만1,000명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던 2020년 이후 최고치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증가폭을 12만 명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종료됐던 직접일자리사업이 이달 재개되면 일시적 고용 부진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건설경기 회복 시점과 국내 정치 상황에 따른 가계·기업심리 영향, 최근 수출 증가세 둔화 등 불확실성이 크다"며 "상반기 중 일자리 등 민생·경기사업 70% 이상을 신속하게 집행하고, 18조 원 수준 경기보강 등을 통해 내수회복과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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