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제충신' 유학의 요람 논산 양지서당
22년 전 설립 국내 유일 장기 유학반 운영
프로게이머 구판승 선수도 사자소학 공부
![충남 논산시 연산면의 양지서당에서 어린이들이 사자소학을 큰 소리로 낭독하고 있다. 논산=윤형권 기자](/images/Default-Image.png)
충남 논산시 연산면의 양지서당에서 어린이들이 사자소학을 큰 소리로 낭독하고 있다. 논산=윤형권 기자
"부생아신(父生我身)하시고 모국오신(母鞠吾身)이로다. 아버지는 나를 낳아 주시고 어머니는 나를 기르셨도다. 은혜는 높기가 하늘과 같으시고 덕은 두텁기가 땅과 같으시니 자식 된 자가 어찌 효도를 하지 않겠는가."
지난 20일 충남 논산시 범골마을의 양지서당을 뚫고 나온 어린이 6명의 맑고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계룡산에 울려 퍼졌다. 김태우(7)군은 유정우 훈장 앞에서 '사자소학'(어린이나 입문자용 유교 학습서)을 낭독하며 효제충신(孝悌忠信)의 가치를 배우고 있었다. 겨울방학 동안 경북 경주시에서 형과 함께 찾아와 서당에 머물고 있는 태우군은 또래들이 영어학원 등에 다닐 때 한문과 예의범절을 익히는 데 여념이 없어 보였다.
'애들도 스마트폰 없이 못 사는 시대에 서당이라니' '누가 저기에 다닐까' 고개를 갸웃거리겠지만 양지서당은 엄연한 서당이다. 유학의 기본 가치인 효제충신을 가르치며 전통 예절을 생활화하고 있다. 게다가 설립된 지 벌써 22년. 지역에서는 유학 교육의 요람으로 뿌리를 내렸다. 서당에서 생활하며 인근 초중고에 다니는 '농촌유학반'을 운영하는 곳도 국내에서 양지서당이 유일하다. 유 훈장은 "단순히 한문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잊히고 있는 바른 인성과 전통문화를 되살리는 배움터"라고 자부심을 표현했다.
양지서당 교육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다. 서당에서 숙식하며 한문, 서예, 검도 등을 배우는 농촌유학반 학생들은 연산초등학교와 연산중학교에 다니며 현대 교육과 전통 교육을 조화롭게 이어간다. 방학 동안 운영되는 '방학캠프'와 가족들이 참여할 수 있는 '별다촌캠프'는 서당의 매력을 널리 알리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기업과 단체가 대상인 '전통문화체험'에서는 한문 강독, 서예, 전통놀이, 농촌 체험 등을 통해 자연 속에서 배우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20여 년 동안 양지서당에서 수학한 이들은 매년 11월 한자리에 모여 '양지축제'를 열고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자소학과 동몽선습(童蒙先習·조선 중종 때 박세무가 펴낸 어린이 학습서)을 외우며 공부한 이들은 수천 명에 이른다. 프로게이머로 유명한 구판승 선수도 초등학생 시절 양지서당에서 글과 예절을 배웠다.
계룡산 자락의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전통 교육을 받는 아이들의 만족도는 높아 보였다. "글 읽는 게 즐거워요. 형들과 뒷산에도 오르고 저녁에 배우는 검도도 재미있어요." 태우군은 그 나이답지 않게 제법 의젓하게 말하며 옷매무새를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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