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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왕할머니와 까치설

입력
2025.01.22 18:30
수정
2025.02.04 14:10
27면
9 1

편집자주

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설날은 정월 초하루. 전날인 섣달그믐은 까치설이다. 까치설은 '작은설'인 아찬설, 아치설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그럴듯하다.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과 까치, 뭔가 절묘하게 잘 어울린다. 뉴스1

설날은 정월 초하루. 전날인 섣달그믐은 까치설이다. 까치설은 '작은설'인 아찬설, 아치설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그럴듯하다.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과 까치, 뭔가 절묘하게 잘 어울린다. 뉴스1


조왕신은 부엌(주방)에 사는 신이다. 불씨가 귀하던 시절엔 아궁이와 부뚜막을 지켰다. 그래서 부뚜막신, 조왕할머니라고도 부른다. 조왕신은 이맘때 가장 바쁘다.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한테 식구들이 어떻게 지냈는지 보고를 한다. 길이 멀어서 섣달 스무나흘에 갔다가 그믐밤이 되어서야 돌아온다. 섣달그믐날 집집마다 불을 환하게 밝히고 밤을 지새우는 이유다. 그날 조왕신을 기다리지 않고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얘진다고 믿었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섣달그믐 온 가족이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밤을 새우는 집은 지금도 꽤나 많을 게다. 한 해가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해지킴’ 풍습이다. 정이 넘실대던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섣달그믐은 몹시 바쁜 날이었다. 이른 아침,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고, 온 가족이 목욕탕에 가서 때를 밀었다. 저녁엔 달걀 등 작은 선물 꾸러미를 들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빌려 쓴 물건을 돌려주고 꾼 돈도 갚았다.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새해 첫 해가 뜨기 전에 모든 일을 매듭지었다. 섣달그믐, 까치설의 풍경이다.

설날은 정월 초하루. 전날인 섣달그믐은 까치설이다. 까치설은 어디에서 온 말일까. 표준국어대사전은 “어린아이의 말로 설날의 전날 곧 섣달그믐날을 이르는 말”이라고 까치설을 설명한다. 뭔가 좀 부족하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서 뜻을 더 알아봐야겠다. 까치설은 ‘아찬설’에서 왔다는 설이 가장 그럴듯하다. 아찬은 ‘아ᄎᆞᆫ’으로 강아지, 망아지, 송아지의 ‘-아지’처럼 ‘작은’ 것을 이르는 우리말이다. 그러니까 아찬설은 작은설이다. 이후 아찬이 ‘아치’로 변했고, 소리가 비슷한 ‘까치’로 잘못 전해졌단다. 옛 어른들은 까치가 기쁜 소식을 전해준다며 좋아했다.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과 까치, 뭔가 절묘하게 잘 어울린다.

설날 하면 떠오르는 동사 '쇠다' 이야기도 해야겠다. 좋은 날을 맞이하여 지낸다는 뜻이다. 설날뿐만 아니라 추석 대보름 단오 생일 등 즐거운 날, 기념하는 날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지내다', '보내다'에선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 담겼다.

세상이 거칠어 힘들었는데, 설이 눈앞이다. 고달프고 서러울 땐 고향만 한 곳이 없다. 고향 집으로 가는 고샅길에선 어린 나와 만날 수도 있다. 부모 형제 친척 친구, 그리고 추억…. 기다려주는 이가 있다는 건 엄청난 기쁨이다. 막히는 길 마다하지 않고 고향으로 나서는 이유다. 독자들께 미리 인사를 해야겠다. "설 명절, 잘 쇠십시오!"

노경아 교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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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0 / 250
  • 유민혜 2025.01.24 01:36 신고
    예쁜 우리말을 쓰면 미소가 절로 지어져요
    늘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우며 설을 쇠고 싶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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