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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나자 "보험 드실래요?"... 설계사들의 사기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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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나자 "보험 드실래요?"... 설계사들의 사기 백태

입력
2025.0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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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진단서는 기본, 없는 수술도 만들어내
교통사고 40분 후 보험가입, 발생일자 조작도
무면허 운전 중 사고... 어머니로 '운전자 바꿔치기'
사기 걸려도 버젓이 영업활동... "법 개정 시급"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홀인원 보험'에 가입한 A(61)씨는 2018년 9월 드디어 홀인원에 성공했다. 다음 날 그는 골프용품점에 방문해 320만 원어치 기념품 등을 구입하고 보험사에 영수증을 제출했다. 그런데 그 영수증은 가짜였다. 결제를 하고 바로 승인취소를 했기 때문이다. A씨의 직업은 보험설계사. 보험 상품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가 '보험사기'를 설계한 셈이다.

다른 설계사 B(65)씨는 더 대담하게 사기를 쳤다. B씨는 2019년 3월 자신과 남편, 자녀가 모두 혈액암을 진단받아 치료를 받은 것처럼 영수증 등을 위조했다. 가족 전체를 '환자'로 둔갑시킨 것이다. 그가 5개 보험사에서 타낸 보험금은 3억7,827만 원. B씨는 더 욕심을 부리다 덜미가 잡혔다. 그해 6월 같은 수법으로 남편이 뇌경색증에 걸린 것처럼 보험사를 속여 8,000만 원을 받아내려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보험사에 의해 적발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B씨의 설계사 등록을 취소했다.

가장 흔한 사기는 진단서 위조

보험설계사는 고객의 요구와 필요에 맞춰 적절한 보험 상품을 추천하고 판매하는 전문가다. 보험설계사는 법인보험대리점(GA) 확대 영향으로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하는 추세이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2023년 말 보험설계사는 60만6,353명에 달한다.

문제는 숫자가 많은 만큼 물을 흐리는 설계사들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보험상품의 구조나 업계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점을 이용해 보험사기를 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기 방법부터 빼돌린 보험금 액수까지 가지각색인데, 지인들과 공모해 가짜 교통사고를 일으키거나 병원 의사와 짜고 가짜 진단서를 발급받아 보험금을 빼돌리는 식이다.

가장 흔한 건 진단서 위조다. 설계사 C(57)씨는 2019년 치과 행정실장으로부터 위조 진단서와 수술확인서를 발급받아 치조골 이식 수술을 받았다고 속여 528만 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D(32)씨는 입원치료 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한방병원으로부터 허위 입원확인서를 받아 237만 원을 빼돌렸다.

낙상 사고를 자동차 사고로 둔갑하기도 한다. 설계사 E(57)씨는 2021년 1월 전남 함평군의 한 가게 앞 빙판길에서 미끄러지면서 다쳤다. 그는 이 사고를 렌트한 자동차에서 하차하다 넘어진 것처럼 허위로 신고했다. 그가 3개월간 3개 보험사로부터 타낸 보험금은 총 3,371만 원이었다.

한국일보 삽화

한국일보 삽화

사고 후 보험 가입... 설계사 지위 악용 사례도

사고 이후 보험에 가입하게 도와 보험금을 타내는 등 설계사 지위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설계사 F(42)씨는 한 고객이 2017년 5월 3일 오후 5시 충남 계룡시의 한 공터에서 주차한 차량이 밀려 가로등을 치고 다른 차량에까지 피해를 입힌 일이 발생하자, 사고 발생 41분 뒤에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게 했다. 그리고 실제 사고는 3일 후인 6일에 일어난 것처럼 꾸며 보험금 170만 원을 타냈다가 적발됐다. G(47)씨는 2020년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냈다. 당연히 보험처리가 되지 않으니 자신의 어머니가 운전을 한 것처럼 보험사고를 접수해 1,400만 원을 받아챙겼다.

가짜 홀인원 사기도 꾸준하다. 개인보호대리점을 운영하는 H(62)씨는 2015년 11월 일행이 홀인원을 했는데, 자신이 홀인원을 한 것처럼 홀인원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받아 300만 원을 타냈다. 지난해 8월에서야 적발돼 금융당국으로부터 업무정지 90일 처분을 받았다.

사기 적발돼도 1년 이상 영업활동..."법 개정돼야"

보험사기는 전체 보험료 인상을 유발해 전체 보험 가입자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1조1,000억 원 규모로 매년 증가세다.

업계에서는 보험설계사처럼 보험 전문가들이 관련 지식을 활용해 사기에 가담하는 행위를 더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보험업법상 보험설계사 등이 보험사기행위를 한 경우, 금융위로부터 6개월(180일) 이내의 업무정지 혹은 등록 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험사가 법원 판결 등을 통해 사기를 인지하고 금융당국에 보고, 제재가 이뤄지기까지 통상 1년 이상이 소요되는 동안 설계사들은 자유롭게 영업활동이 가능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게다가 보험대리점 및 중개사 임원은 소속 설계사의 보험사기 행위에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 관리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백영화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험설계사가 재판 등으로 자격제한이 객관적으로 증명된 경우 금융위가 청문절차 없이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해 신속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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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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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석배 2025.01.29 08:40 신고
    감옥 가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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