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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이름이 이끈 운명적 만남, 두 흥구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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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이름이 이끈 운명적 만남, 두 흥구씨 이야기

입력
2025.02.01 04:30
수정
2025.02.03 10:15
17면
2 0

청주·강릉 사는 동명이인 한흥구
11년 전 SNS서 우연히 만나 인연
한자 이름 같고 키·인상도 비슷
알고 보니 아내들 이름까지 같아
"묘한 인연" 두 가족 진한 정 쌓아
"양 지역 교류에 기여하고파"

여름 강릉 바닷가에서 손을 잡은 두 흥구씨. 두 사람은 키도 인상도 비슷하다. 왼쪽이 강릉 흥구씨. 청주 흥구씨 제공

여름 강릉 바닷가에서 손을 잡은 두 흥구씨. 두 사람은 키도 인상도 비슷하다. 왼쪽이 강릉 흥구씨. 청주 흥구씨 제공

“아우님, 강릉 대봉시가 이렇게 실하고 달콤한 줄 몰랐어. 맛이 기가 막히네.” “형님이 보내주신 청주 한우고기는 살살 녹던데요.”

설을 앞두고 선물을 주고받으며 나누는 덕담으로 봐선 영락없는 형제 같지만, 사실 두 사람은 남남이다. 생면부지의 동명이인이 우연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만나 10년이 넘도록 진한 정을 나누고 있는 것. 화제의 주인공은 충북 청주에 사는 한흥구(68)씨와 강원도 강릉에 사는 한흥구(67)씨.

태어나서 한 번도 만난 적 없던 두 사람이 인연을 맺은 것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북도청 소속 공무원인 청주 흥구씨가 옥천부군수로 일하던 때다. 당시 페이스북에 막 가입해 온라인 군정 홍보에 재미를 붙이던 청주 흥구씨는 자기 이름과 똑같은 사람이 페이스북에서 활동하는 것을 발견했다. 프로필을 살펴보니 강릉 모 고교 영어교사로 재직 중인 ‘한흥구’였다. 호기심이 발동한 청주 흥구씨는 학교로 전화를 걸어 강릉 흥구씨와 통화를 했다. 통성명하니, 같은 본관(청주 한씨)에 한자(韓興求) 이름까지 똑같았다. “묘한 인연”이라고 여긴 청주 흥구씨는 아내와 상의 끝에 강릉 흥구씨 부부를 옥천으로 초대했다.

휴일 옥천군청 광장에서 얼굴을 마주한 두 흥구씨는 적이 놀랐다. 둘이 키도 비슷하고 미소를 머금은 듯한 인상마저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나이는 딱 6개월 차이였다. 화기애애한 담소 끝에 호칭은 ‘형님’ ‘아우님’으로 정했다. 두 부부는 옥천지역 명소를 관광하고, 식사도 함께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후 강릉 흥구씨가 청주 흥구씨 부부를 강릉으로 초대해 함께 강릉 투어를 즐겼다.

겨울 강릉 바다를 찾은 두 흥구씨. 청주 흥구씨 제공

겨울 강릉 바다를 찾은 두 흥구씨. 청주 흥구씨 제공

양 지역을 오가며 교분을 쌓던 두 사람은 몇 년 뒤 또 한 번 이름 때문에 놀랐다고 한다. 알고 보니 아내들의 이름까지 같았던 것.

“아우님(강릉 흥구씨) 딸이 원주에서 결혼식을 올린 날이었는데, 축하해주러 결혼식장에 갔다가 혼주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아내 이름(청주 흥구씨 아내는 전인숙, 강릉 흥구씨 아내는 조인숙)까지 같은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지.”

청주 흥구씨는 “그날 이름이 같은 네 사람과 아이들까지 모두 한자리에서 크게 웃으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고 회고했다.

청주 흥구(오른쪽)씨 집 마당에서 카메라 앞에선 두 흥구씨. 청주 흥구씨 제공

청주 흥구(오른쪽)씨 집 마당에서 카메라 앞에선 두 흥구씨. 청주 흥구씨 제공

두 가족은 이제 대소사를 함께 챙기고 있다. 교사이자 시인인 강릉 흥구씨가 수필집을 출간했을 때는 청주 흥구씨네 온 가족이 강원도까지 출동해 축하해 주었다. 골프를 늦게 배운 강릉 흥구씨는 청주까지 원정을 와 청주 흥구씨 친지들과 골프를 즐기기도 한다.

아픔도 함께한다. 2022년 3월 강릉 산불로 경포대 뒷산 중턱에 있던 강릉 흥구씨 집이 전소됐을 때, 누구보다 먼저 위로를 전한 이는 청주 흥구씨였다. 2년 뒤인 지난해 강릉 흥구씨가 북강릉에 새 집을 지어 이주했을 때도 가장 먼저 축하의 말과 집들이 선물을 보낸 이도 청주 흥구씨다.

강릉 오죽헌을 함께 방문한 두 흥구씨 부부. 왼쪽 두 사람은 청주 흥구씨와 아내 전인숙씨, 오른쪽 두 사람은 강릉 흥구씨와 아내 조인숙씨. 청주 흥구씨 제공

강릉 오죽헌을 함께 방문한 두 흥구씨 부부. 왼쪽 두 사람은 청주 흥구씨와 아내 전인숙씨, 오른쪽 두 사람은 강릉 흥구씨와 아내 조인숙씨. 청주 흥구씨 제공

퇴직 후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은 양 지역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내륙 도시 청주와 해양 도시 강릉 사람들이 교류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것이다.

청주 흥구씨는 “청주와 강릉은 나름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지니고 있어 서로에게 너무나 매력적인 관광지”라며 “상대 고장의 매력을 주위에 전파하는 데 앞장서기로 아우님과 언약했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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