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시작된 구호 프로그램 예산 중단
CDC에 "WHO와의 모든 협력 중단하라"
전문가 "사람들 죽고 HIV 다시 급증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전용기 '에어포스 원' 안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images/Default-Image.pn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전용기 '에어포스 원' 안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년 넘게 유지돼 오던 예산 집행을 멈추고 세계보건기구(WHO)와의 협력을 즉시 중단하라고 지시하면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에이즈) 치료제 지원 사업이 완전히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국가 기관에 "미국 원조로 구입한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 에이즈 원인 바이러스) 약물 배포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미 구매 후 지역 병원에 보관돼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 하루 전에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이메일로 "WHO 직원들과의 소통을 즉시 중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4일 국무부가 관리하는 '대통령 에이즈 구호 비상계획(PEPFAR)'을 90일간 일시중지하라고 명령했다. 75억 달러(약 11조 원) 규모의 PEPFAR는 아프리카 및 전세계 개도국 HIV 치료제 대부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시 시작돼 현재까지 54개국 최대 2,500만 명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엔 550만 명의 어린이도 포함돼 있다.
![파키스탄 신드주(州) 남부의 한 마을에서 2021년 3월 HIV 감염자인 하키마 샤르가 마찬가지로 HIV 감염자인 딸을 무릎에 앉혀놓고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라토데로=AFP 연합뉴스](/images/Default-Image.png)
파키스탄 신드주(州) 남부의 한 마을에서 2021년 3월 HIV 감염자인 하키마 샤르가 마찬가지로 HIV 감염자인 딸을 무릎에 앉혀놓고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라토데로=AFP 연합뉴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이러한 조치에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HIV는 감염된 상태이더라도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으면 각종 치명적인 합병증을 몰고 오는 에이즈로 발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치료가 중단될 경우 감염자의 면역 체계가 무너지고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확률이 매우 커진다. 베아트리스 그린스인 국제에이즈협회(IAS) 회장은 성명을 통해 "현재 PEPFAR은 2,000만 명 이상의 환자들에게 치료제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걸 중단하면 사람들은 죽을 것이고 HIV는 다시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HIV에 감염된 임산부는 태아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수 있어 위험하다. 유엔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세계 HIV 감염자 수는 3,990만 명이며, 그 중 53%가 여성과 소녀였다. 전체 감염자 중 동부 및 남부 아프리카 거주자는 52%에 달했다. NYT는 "일부 가난한 국가들은 거의 전적으로 PEPFAR 프로그램에 의존하고 있다"며 "치료를 중단하면 약물 내성이 생긴 HIV가 전세계에 퍼질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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