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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커제발(發) 역대급 ‘반상반한(盤上反韓)’ 한파 여파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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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커제발(發) 역대급 ‘반상반한(盤上反韓)’ 한파 여파 ‘일파만파’

입력
2025.01.29 15:14
수정
2025.01.29 15:17
0 4

‘29회 LG배 기왕전’ 결승전 판정 불복 후폭풍
中, ‘제1회 쏘팔코사놀배’ 세계 대회 불참 통보
중국내 ‘갑조리그’ 기전에 용병 불허…한국 겨냥
중국내 반한 감정 최고조…전·현직 기사도 동참
커제 9단도 “절대 타협은 없을 것”이라며 흥분
국내 ‘KB리그’ 중국 용병 불참 가능성도 ‘솔솔’
[반상톡톡(4)]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3번기·3판2선승제) 결승 3국에서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중국의 커제(가운데) 9단이 한국기원 관계자들에게 대국 규정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바둑TV 유튜브 캡처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3번기·3판2선승제) 결승 3국에서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중국의 커제(가운데) 9단이 한국기원 관계자들에게 대국 규정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바둑TV 유튜브 캡처

연초부터 한·중 바둑계에 불어 닥친 한파가 심상치 않다. 세계 메이저 대회 결승전 도중 불거진 역대급 판정 논란에 양국 관계도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어서다. 이미 극도의 반한(反韓) 감정을 드러낸 중국 바둑계에선 당장 한국 주최 기전 참가 거부와 자국내 대회의 전례 없는 한국 선수 배제 움직임까지 공공연히 내비친 상태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29일 “중국측과 접촉을 계속하고 있다”라며 “이번 사태 해결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감정적인 갈등으로 번진 상황이어서 실타래를 풀기가 쉽지 않단 얘기로도 들렸다.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3번기·3판2선승제) 결승 3국에서 커제 9단에 의해 따내진 변상일 9단의 2점의 백돌이 규정에 따라 지정된 (바둑)돌통 뚜껑이 아닌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다. 유튜브 캡처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3번기·3판2선승제) 결승 3국에서 커제 9단에 의해 따내진 변상일 9단의 2점의 백돌이 규정에 따라 지정된 (바둑)돌통 뚜껑이 아닌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다. 유튜브 캡처

양국의 극한 대립은 최근 벌어진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우승상금 3억 원) 결승 3번기(3판2선승제)에서 촉발됐다. 중국 바둑의 간판스타인 커제(28) 9단이 동갑내기인 한국의 변상일 9단과 가진 이번 결승 2,3국에서 잇따라 상대방의 따낸 돌(사석) 관리 규정 위반으로 우승컵을 변 9단에게 사실상 헌납한 것. 한국 바둑 경기 규정 제4장 벌칙 제18조 경고 조항엔 ‘사석을 (정해진 바둑) 통의 뚜껑에 보관하지 않는 경우’와 제19조 반칙 조항 중 ‘경고가 2회 누적된 경우’에 해당되면서다. 사석 계가 방식의 한국 바둑 문화에서 비롯된 이 규정은 지난해 11월부터 한국기원 주관의 모든 경기에 적용되고 있다. 대국 도중에도 선수들에겐 필수인 정확한 수시 계가를 위해 상대방의 사석도 서로 잘 보이는 위치에 놓아야 한단 취지에서다. 한국기원측에선 해당 규정 내용을 이번 ‘LG배 기왕전’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에게 사전 공유했다. 계가 상황에서 사석이 불필요한 중국 바둑 경기 방식과는 사뭇 다른 규정이다. 평소 사석 위치엔 무신경해왔던 커제 9단이 이번 LG배 기왕전 결승 2,3국에서 잇따라 동일한 실수를 반복했던 배경이기도 하다.

중국의 커제 9단이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3번기·3판2선승제) 결승 3국에서 한국의 변상일 9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중국의 커제 9단이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3번기·3판2선승제) 결승 3국에서 한국의 변상일 9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하지만 커제 9단은 이 조항과 관련, 이번 ‘LG배 기왕전’ 3국 당시 심판의 개입 시점 등을 지적하면서 자신에게만 불리하게 강요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제가 된 시점은 155수였는데, 심판은 (중요한 순간인) 159수가 놓인 이후에야 개입했다”라며 “더구나 변 9단이 착점할 상황에서의 심판 개입으로 (어려운 국면에 처했던) 변 9단에게 시간을 벌어줬다”는 요지에서다. 커제 9단의 사석 관리 위반 시점에 바로 지적하고 싶었지만 “본국 바둑협회와 논의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장 중국 대표팀 의견을 반영하면서 지체했던 심판진의 입장과 온도차이가 분명했지만 뒷얘기로 치부될 뿐이었다. 결국, 커제 9단은 이번 ‘LG배 기왕전’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시상식까지 불참했다.

중국바둑협회도 “심판의 중단 시기가 부당하고, 경기의 정상적 진행에 영향을 줬다”라며 “심판의 과도한 방해를 받아 계속 경기를 마칠 수 없었다고 본다”라고 커제 9단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나섰다. 이어 "경기 주최 측인 한국기원에 이의를 제기했고, 재경기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며 "이번 LG배 3국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직격했다.

중국측의 후속조치 또한 뒤따르고 있다. 당장, 다음달 6일부터 예정됐던 ‘제1회 쏘팔코사놀 세계최고기사결정전’(우승상금 2억 원)에 중국측이 불참을 통보하고 나서면서다. 주최국인 한국(4명)과 중국(3명), 일본(1명), 대만(1명) 등에서 선정된 선수들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이 가운데엔 커제 9단이 자국내 선발전에선 탈락했지만 주최측의 와일드카드로 포함됐다. 중국측의 참가 불참으로 ‘제1회 쏘팔코사놀 세계최고기사결정전’도 무기한 연기됐다.

‘제29회 LG배 기왕전’에서 중국의 커제 9단을 꺾고 우승한 변상일 9단은 지난 24일 열렸던 시상식 직후 “승부가 찝찝하게 끝나서 마음이 불편하고, 커제 선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된다"라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한국기원 제공

‘제29회 LG배 기왕전’에서 중국의 커제 9단을 꺾고 우승한 변상일 9단은 지난 24일 열렸던 시상식 직후 “승부가 찝찝하게 끝나서 마음이 불편하고, 커제 선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된다"라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한국기원 제공

여기에 바둑계에선 세계 최고 무대로 각인된 ‘중국갑조리그’(1999년 출범)에 외국 용병 참가를 불허할 것이라고 통보, 파장도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렸던 ‘2024’ 중국갑조리그’ 폐막식에 참석했던 창하오(49) 중국바둑협회 주석(회장)이 “’2025 갑조리그’부턴 중국 선수들에게만 수여해왔던 개인상 선정 규정을 바꿔서 외국 용병들에게도 넓힐 것”이라고 강조했던 공언을 완전히 뒤집은 행보여서다. 그 사이에 벌어졌던 커제 9단의 이번 ‘LG배 기왕전’ 판정 불복에 따른 강경 대응 조치로 풀이될 수 밖에 없다. 중국갑조리그가 출범한 이후, 외국 용병 영입의 전면 불허는 이번이 처음이다. 바둑 강국인 한국 및 일본 등에서 비싼 몸값의 우수한 선수들을 용병으로 영입해 중국내 초일류급 선수들과 진검승부로 짜여진 갑조리그의 1대국당 승리 수당은 6만 위안(한화 약 1,200만 원)에 달한다. 지난 ‘2024 중국갑조리그’엔 한국에선 신진서(25) 9단과 변 9단을 포함한 7명이, 일본에선 1명이 참가한 바 있다. 이 중 신 9단은 ‘2024 중국갑조리그’에서만 15전 전승을 기록했다.

커제 9단의 이번 ‘LG배 기왕전’ 판정 불복에 따른 후폭풍은 국내 최대 프로 기전으로 현재 진행 중인 ‘2024~25 KB국민은행바둑리그’(우승상금 2억5,000만 원)에 불어 닥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커제 9단의 이번 ‘LG배 기왕전’ 판정 불복 사태와 관련, 중국 바둑계에선 K바둑에 대한 비난 수준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중국 바둑팬들을 물론이고 자국내 전·현직 유명 프로 바둑 기사들까지 이런 기류에 공공연히 가세하면서 K바둑에 대한 비판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심지어 세계 메이저 기전 후원사인 중국내 A그룹 최고경영진은 이번 커제 9단의 이번 ‘LG배 기왕전’ 판정 불복 사태와 연관된 변 9단을 지목, “A그룹에서 개최하는 세계 메이저 기전에 불참했으면 좋겠다”란 직설적인 의견까지 대·내외에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커제 9단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눈을 감으면 그때 상황이 떠오른다”라며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고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전 경기 초속기 1분 10초 대국’ 등을 비롯한 파격적인 경기 방식이 도입된 국내 최대 프로 기전인 ‘2024~25 KB국민은행 바둑리그’(우승상금 2억5,000만 원)엔 5명의 중국 프로 기사들이 참가하고 있다. 지난달 9일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에서 열렸던 ‘2024~2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오프닝 미디어데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전 경기 초속기 1분 10초 대국’ 등을 비롯한 파격적인 경기 방식이 도입된 국내 최대 프로 기전인 ‘2024~25 KB국민은행 바둑리그’(우승상금 2억5,000만 원)엔 5명의 중국 프로 기사들이 참가하고 있다. 지난달 9일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에서 열렸던 ‘2024~2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오프닝 미디어데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바둑계내에선 “이런 분위기에서 ‘2024~25 KB리그’에 중국 용병 선수들이 참여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팽배하다. 지난해 12월12일부터 8개팀으로 시작된 ‘2024~25 KB리그’엔 5명의 중국 프로 기사들이 용병으로 참가하고 있다. KB리그는 K바둑의 인큐베이터로 자리했단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3년 6개 팀으로 출범한 한국드림리그에 이어 이듬해 한국바둑리그를 거쳐 2006년부터 매년 7~12개 팀이 참가, 평균 5~6개월 동안 운영되면서 국내 바둑계의 산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중견 프로 바둑 기사는 “한국과 중국 바둑계를 위해서라도 이번 커제 9단의 ‘LG배 기왕전’ 판정 불복 사태가 길어지면 양국 모두에게 이로울 게 없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국 규정을 보다 세밀하게 재정립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기원에선 다음 달 3일,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고 ‘사석 관리 규정’까지 포함된 사태 수습책 논의에 나설 예정이다.


허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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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0 / 250
  • 개코 2025.01.30 10:00 신고
    우리 기전 우리 룰 데로 해야 하는거 아닌가요?싫으면 대만,일본,한국 만 하면됩니다!
    0 / 250
  • 바둑사랑 2025.01.29 21:38 신고
    커제가 한번 실수도 아니고 같은 실수를 3번이나 반복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중국기사중에는 인품이 훌륭한 분도 많지만 일부는 인성이 수준이하.
    0 / 250
  • 심영수 2025.01.30 04:54 신고
    중국은 대국? 실천을 해라! 말 따로 행동 따로 세계가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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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코 2025.01.30 10:04 신고
    부적절한 글 안 썼는데 왜?
    0 / 250
    • 개코 2025.01.30 10:06 신고
      한국일보 구독취소 하고 안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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