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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구호 중단'에 아파도 갈 곳 없는 미얀마 난민… 더 슬픈 쿠데타 4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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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구호 중단'에 아파도 갈 곳 없는 미얀마 난민… 더 슬픈 쿠데타 4주년

입력
2025.02.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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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인 2021년 2월 1일 쿠데타 발발
미국 정부 난민촌 진료소 자금 70% 지원
지난달 31일부터 돌연 "지원 중단" 통보
"미얀마는 경제 붕괴, 빈곤 등 다중 위기"

군부 쿠데타 발발 열흘 뒤인 2021년 2월 11일 양곤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대가 민 아웅 흘라잉 군부 총사령관의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을 밟고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군부 쿠데타 발발 열흘 뒤인 2021년 2월 11일 양곤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대가 민 아웅 흘라잉 군부 총사령관의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을 밟고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쿠데타 군부의 폭압과 내전을 피해 고향을 떠난 미얀마 난민들이 의료 사각 지대에 놓였다. 세계 최대 원조국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원조 대부분을 일시 중단하면서 미국 지원에 의존해 온 이들의 생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일로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발발 4년이 됐지만, 해결 기미가 보이긴커녕 위기만 짙어지는 분위기다.

1월 31일부터 의료 시설 중단

31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부터 태국과 미얀마 국경 지대에서 미얀마 난민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온 진료소가 대거 문을 닫았다. 난민촌 내부 보건소도 폐쇄됐고 외부에서 파견 온 의료진도 철수했다.

태국 서부, 미얀마 동부 접경 지역에 자리 잡은 9개 난민촌에는 2021년 2월 1일 발발한 군부 쿠데타를 피해 고향을 떠난 미얀마 난민, 특히 남부 카렌주(州)와 카야주 출신 약 10만6,000명이 머물고 있다.

2023년 10월 미얀마 라이자의 멍 라이 히켓 난민캠프에서 한 남성이 군 공습으로 파괴된 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라이자=A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3년 10월 미얀마 라이자의 멍 라이 히켓 난민캠프에서 한 남성이 군 공습으로 파괴된 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라이자=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들에게 진료소는 빠르게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보건 시설이다. 그러나 백악관으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해외 원조 프로그램 지출 일시 중단을 지시하면서 운영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미 정부로부터 자금을 받아 미얀마 의료 시설을 돕는 인도주의 구호단체 국제구조위원회(IRC)는 곧바로 지원 중단을 통보했다. 시설 운영 자금 약 70%를 미국 정부가 대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료 공백’은 불가피하다.

미국은 우선 자금 지원 적격성을 검토하는 90일간 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재임 당시부터 대외 원조 자금을 국내에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까닭에 해외 지원 중단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건강 악화로 급하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은 굳게 닫힌 병원 문 앞에서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난민캠프 관계자는 로이터에 “IRC가 이미 (의료 시설에서) 환자들을 퇴원시켰고, 산소 탱크에 의존하는 임산부와 인공호흡장치를 사용해 온 이들이 (의료) 장비와 약을 사용하는 것도 막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미얀마 동부 카야주 국내난민캠프에서 여성과 아이들이 물이 담긴 통을 짊어진 채 길을 걷고 있다. 카야=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4월 미얀마 동부 카야주 국내난민캠프에서 여성과 아이들이 물이 담긴 통을 짊어진 채 길을 걷고 있다. 카야=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태국 보건 당국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중증 환자를 태국 내 병원으로 옮기기로 했다. 솜삭 텝수틴 태국 보건장관은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모든 난민 환자를 수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집안싸움 치부에 ‘잊힌 전쟁’

치료조차 제때 받지 못하는 난민들의 처지는 군부 쿠데타 발발 이후 4년간 미얀마인이 겪은 고난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민 아웅 흘라잉(69) 군부 최고 사령관은 2021년 2월 1일 쿠데타로 아웅산 수치(80) 국가 고문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정권을 몰아내고 반대 진영을 폭력으로 진압했다. 이후 이어진 내전으로 미얀마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경제는 붕괴했고, 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거나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돌게 됐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지난달 29일 낸 보고서를 보면 지난 4년간 미얀마 내전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6,200명에 달한다. 전체 인구의 약 6%에 달하는 350만 명이 난민으로 전락해 국내·외를 떠돌고 있다. 지난해 미얀마 국내총생산(GDP)은 쿠데타 발발 전인 2020년보다 9% 감소했다. 물가 상승률은 연 25.4%에 달했고, 특히 쌀 가격은 47%나 상승했다.

2023년 12월 미얀마 북부 샨주에서 민주정부 산하 시민방위군 여성 대원이 최전선으로 향하는 트럭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샨=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3년 12월 미얀마 북부 샨주에서 민주정부 산하 시민방위군 여성 대원이 최전선으로 향하는 트럭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샨=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체 인구(5,400만 명) 절반은 빈곤선 아래에 살고 있다. 통화(짯) 가치도 고꾸라졌다. 쿠데타 이전 1달러당 1,330짯 수준이던 미얀마 짯화 가격은 올해 1월 4,520짯으로 폭락했다. UNDP는 “쿠데타 발생 4년이 지난 지금, 미얀마는 경제 붕괴, 갈등 심화, 기후 위험, 빈곤이라는 전례 없는 다중 위기에 처해 있다”고 평가했다.

평화적 해결은 요원하다. 안으로는 군부와 반군 세력 간 대화가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모건 마이클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군부는 여러 지역에서 입은 막대한 손실을 만회하기를 원하고, 기세를 올리고 있는 반군은 앞으로 더 큰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진지한 협상이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밖으로는 우크라이나·중동 전쟁 등 지구촌 관심이 이른바 ‘2개의 전쟁’에 쏠리면서 미얀마 사태가 점점 ‘집안싸움’으로 치부되며 잊히고 있다. 미얀마 상황에 개입하는 나라는 사실상 중국뿐이다. 최근 중국은 미얀마 군정 붕괴를 막기 위해 국경 지역 소수민족 무장단체를 압박하고 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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