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장 인터뷰

우동기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세종시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며 분권 개헌 관련 견해를 밝히고 있다. 지방시대위원회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여파로 헌법 개정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우동기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이 "균형발전은 특정 정권의 과제가 아닌 시대의 과제"라며 "모처럼 찾아온 개헌 기회에 책임 있는 지방분권 실현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긴 침묵을 깨고 나온 '균형발전 정책 사령탑'의 고언이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에 나누는 '수직적 분권' 개헌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현재 개헌 논의는 대통령에게 쏠린 권한을 국회로 분산하기 위한 '수평적 분권'이 주를 이룬다.
지난달 23일 세종시 어진동 지방시대위원회 집무실에서 만난 우 위원장은 중앙정치의 극심한 혼란에도 국민이 비교적 평온한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배경으로 30년간 이어진 지방자치를 꼽았다. 그는 "임명직 단체장을 1995년부터 지역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 덕분에 나라가 이 정도 유지되고 있는 것 아니겠냐"며 "이제는 분권 개헌을 통해 지방정부에 권한을 대폭 이양하고, 실질적 지방자치 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 나라지만 지역마다 특성이 있고 부존자원이 다른 만큼 통일성, 획일성이 강한 중앙정부 정책보다는 각 지자체가 저마다의 '근육'을 키워 각개약진할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올해 전국동시지방선거 30년을 맞지만 우리의 지방자치는 복합적인 이유로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첫손에는 중앙집권적 헌법을 꼽았다. 우 위원장은 "지방자치를 천명하면서도 지방분권에는 소홀했던 탓에 조례가 대통령령보다 못하고,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에 권한을 위임하려고 해도 현행 체제에서는 방법이 없다"며 "자치 분권 개헌 없이는 지방의 미래는 물론 우리나라의 미래도 없다는 생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시대위원회가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수립해 실행 중인 것도 이 같은 현행 헌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우 위원장은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기회발전·교육·문화특구 성과가 올해부터 가시화할 예정이었고, 관행적으로 편성되거나 효율이 떨어지는 균형발전특별회계를 기획재정부와 함께 전수 분석해 '제로 베이스' 상태에서 재편성하는 작업 등 많은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었다"며 "그런데 비상계엄 사태로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부처 간 업무 조정에도 힘이 빠지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중앙집권적 헌법의 문제를 풀기 위해 우 위원장은 국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도권이 한국의 중심이 됐고, 집중에 따른 오랜 병폐에도 여전히 인재와 기업이 국토 면적 11.8%의 수도권으로 몰리는 배경에는 이곳에서 활동하는 70%의 국회의원 때문"이라며 "국가의 재원을 나누고 규약을 정하는 국회의원을 미국 상원처럼 인구가 아닌 지역 비례성을 반영해 선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에 쏠린 국회의원의 수를 지역으로 분산시키지 않고서는 균형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상원은 50개 주에서 2명씩 선출된 100명의 의원으로 구성됐다.
비효율적인 행정체제도 그가 보는 지방자치 저해 요인이다. "일제강점기 신작로 중심의 행정구역 체제가 아직도 남아 있고, 그 때문에 행정구역과 생활권의 불일치에서 오는 피로와 비효율이 상당하다"고 밝힌 우 위원장은 "엄청난 수의 터널과 고속도로, 철도, 공항을 가진 현재의 행정체제는 그것들이 없던 과거와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총괄하는 기구 수장으로서 다양한 부처와의 협업을 경험한 그는 행정부 내부의 개혁 필요성도 제기했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공무원은 줄어들지 않는, 과거의 성장·확대 지향적 행정체제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중앙정부는 비만증 환자와도 같다"고 직격한 우 위원장은 "중앙정부도 분권 개헌을 통해 관리 지향적 행정체계로 전환, 보다 정돈된 경쟁력을 가져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주민 삶과 관련된 권한은 과감하게 지방정부에 넘기고, 날렵해진 정부는 외교와 통상을 비롯해 '밖'과의 경쟁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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