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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사고파는 지도자들

입력
2025.02.06 17:00
26면
7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엘살바도르 정부가 운영하는 거대 교도소 '테러감금센터(CECOT)'의 모습. 중무장한 경찰관들이 벌거벗은 수감자들을 통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엘살바도르 정부가 운영하는 거대 교도소 '테러감금센터(CECOT)'의 모습. 중무장한 경찰관들이 벌거벗은 수감자들을 통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엘살바도르는 2023년 2월 최대 4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교도소 ‘세코트(CECOT·테러범구금센터)’를 중부 테콜루카에 개소했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폭력 범죄가 극성을 부리자 2022년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이후 펼쳐온 ‘갱단과의 전쟁’ 상징물이다. 정부가 홍보 차원에서 공개한 속옷 바람으로 머리에 손깍지를 끼고 줄지어 앉아있는 수감자들의 모습은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를 연상케 한다.

□중남미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세코트'는 부지 면적이 165만㎡로 축구장 230개를 합친 크기다. 높이 11m가 넘는 콘크리트 벽과 전기 울타리로 외부와 철저히 차단됐고, 19개의 감시탑과 최첨단 보안검색대, 850여 명의 경비 인력과 경비견 등으로 물샐틈없는 감시가 이뤄진다. 영국 BBC에 따르면 1인당 공간은 0.58㎡로 국제 권장 기준(3.4㎡)의 6분의 1 수준이다. 실제 효과는 크다. 2019년 2,398건이던 살인사건은 지난해 114건으로 급감했다.

□부켈레 대통령이 세코트를 돈벌이에 활용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에 “미국에 감옥 시스템 일부를 아웃소싱할 기회를 제공했다”며 “미국엔 적은 비용이지만 우리에게는 상당한 금액”이라고 적었다. 심지어 미국 시민권자도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불법이민자 추방에 적극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선 매우 솔깃한 제안일 것이다. 쿠바 관타나모에 있는 영구 임대 미군시설에 불법 이민자들을 이송해 수감하기 시작했지만, 이걸로는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

□중남미 순방 중 부켈레 대통령과 면담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엘살바도르가 세계에서 전례 없는 특별한 이주 협정에 동의했다”고 했지만, 이런 ‘범죄인 거래’가 실제 성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국내법이나 국제법 저촉 여부도 문제겠지만, 아무리 범죄자라 해도 국가 간에 돈으로 주고받는 건 비인간적 거래란 비판이 비등하다. 그렇잖아도 세코트는 관타나모보다 더한 ‘수감자 인권 블랙홀’로 불려왔다. 요즘엔 개나 소도 이렇게 거래되지는 않는다.

이영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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