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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군인'의 길 논쟁

입력
2025.02.10 17:00
26면
4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1950년 10월 15일 한국전쟁 논의를 위해 남태평양 웨이크섬에서 만난 해리 트루먼(왼쪽) 대통령과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이 악수하고 있다. 미 국무부(위키미디어 커먼즈)

1950년 10월 15일 한국전쟁 논의를 위해 남태평양 웨이크섬에서 만난 해리 트루먼(왼쪽) 대통령과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이 악수하고 있다. 미 국무부(위키미디어 커먼즈)

“노병은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다.”

트루먼과의 불화로 해임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그가 해임 이틀 후인 1951년 4월 19일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행한 연설의 마지막 구절이다. 52년 군생활을 뒤로하고 홀연히 떠나는 심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보이지만, 맥아더 흉중에는 트루먼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 실제로 트루먼과 맥아더 모두 야인이 된 1956년 반박 입장문을 내놨다. 명령 불복종을 이유로 단행된 해임 조치는 군사적, 정치적으로 모두 온당치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국전쟁 유엔군 희생자 5분의 3 이상이 확전 가능성을 이유로 자신이 해임된 이후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트루먼이 맥아더의 대권주자 부상을 차단하려 했다고 폭로했다. 맥아더의 대선 후보 가능성은 꽤 높았다. 미국 여론의 66%가 해임에 반대했으며, ‘노병은 사라질 뿐’ 연설 직후 공화당 지지자들이 그의 후보 옹립을 요구했다.

□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불운한 군인'을 자처했다. 1963년 8월 30일, 민정 참여를 결정한 뒤 강원 철원군 제5군단 비행장 내에서 전역식을 가졌다. “조국 재건을 위하여 항구적 국민 혁명의 대오, 제3공화국의 민정에 참여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힌 뒤 이렇게 말했다. “다음의 한 구절로써 전역의 인사를 대신할까 합니다. 다시는 이 나라에 본인과 같은 불운한 군인이 없도록 합시다.” 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공과 논란만큼이나, 국난 상황에서 군인의 역할이 뭔가에 대한 논쟁을 낳은 발언이었다.

□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 심리에서 ‘군인의 올바른 길’이 이슈로 떠올랐다. 증언대의 일부 군인들이 검찰 진술과 다른 발언을 내놓은 것이 계기가 됐다. 국회 측 변호인이 계엄에 항명하지 않은 걸 탓하며 ‘불행한 군인’으로 몰아세우자, 3성 장군은 “위험 상황에서 이것저것 따지는 게 행복한 군인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문민통제 체제에서 군인이 대통령이나 장관 명령이 위법이라고 생각해 반기를 들면 그게 바로 쿠데타”라고 강조했다. 헌재 결론과 상관없이, 어떤 군인을 둬야 행복한 나라인지 확인하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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