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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액상형 전자담배. 게티이미지뱅크
궐련형이든 액상형이든 전자담배 마케팅의 핵심 포인트는 기존 담배에 비해 ‘덜 해롭다’는 것이다. 특히 담뱃잎을 아예 쓰지 않고 니코틴이 들어있는 액체를 기화시켜 흡입하게 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뱃잎이 탈 때 발생하는 타르가 전혀 없기 때문에 니코틴 자체를 제외한 담배의 유해물질, 독성 등이 연초에 비해 훨씬 적다는 사실이 수많은 논문과 과학적 실험으로 확인됐다. 유해물질이 연초에 비해 5%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 액상형 전자담배는 덜 해로움 외에도 냄새가 덜 나고 휴대가 편리하다는 장점 등이 부각되며 인기를 누리게 됐다. 특히 2019~2023년 청소년 흡연자의 32%가 액상형 전자담배로 흡연을 시작했고, 액상형 전자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청소년의 60%가 현재 일반 궐련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질병관리청) 청소년 확산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액상형 전자담배는 ‘연초의 잎’을 쓰는 제품만 담배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해당하지 않아 청소년 판매 제한 등 규제가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 액상형 전자담배가 알려진 만큼 덜 해롭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합성니코틴 원액에도 발암성, 생식독성 등 유해물질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담배 유해물질 69종의 잔류량을 분석한 결과 천연니코틴 원액에서는 45개 항목에서 1만2,509mg/L이 검출됐는데, 합성니코틴 원액에서는 41개 항목에서 2만3,902mg/L이 나왔다.
▦ 청소년 확산 및 새로운 유해성 확인 등에 따라 액상형 전자담배도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포함시켜 적절히 규제를 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담배의 원료 범위를 기존 ‘연초의 잎’에서 ‘연초 및 니코틴’으로 넓혀 합성니코틴을 쓰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포함시키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하지만 개정법안은 지난 10일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액상 담배업계가 격렬히 반대하는 가운데, 일부 의원이 액상 담배업자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반대했다는 거다. 해당 의원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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