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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백악관 집무실서 美 대표 통신사 AP 쫓아낸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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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백악관 집무실서 美 대표 통신사 AP 쫓아낸 진짜 이유는?

입력
2025.02.18 18:56
수정
2025.02.18 19:04
1 0

종전 멕시코만 표기 고집에 괘씸죄
이면엔 진보 스타일북 영향력 불만
이름 뺏긴 멕시코는 구글에 화풀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9일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 관람차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로 향하던 중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가 멕시코만 상공을 지나가는 때에 맞춰 ‘아메리카만의 날’을 선포하는 명령에 서명한 뒤 기내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멕시코만=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9일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 관람차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로 향하던 중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가 멕시코만 상공을 지나가는 때에 맞춰 ‘아메리카만의 날’을 선포하는 명령에 서명한 뒤 기내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멕시코만=로이터 연합뉴스

AP통신은 미국의 대표 통신사다. 정부 기자회견에서 첫 질문은 으레 AP 차지일 정도로 권위가 인정돼 왔다. ‘언론의 언론’ 지위를 누려 온 셈이다. 그 AP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과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쫓아냈다. 지명(地名)을 자신이 부르라는 대로 부르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진짜 까닭은 따로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매체 액시오스가 보도했다.

“AP는 전 세계 독자 상대”

애초 구실은 대통령 권위에 대한 도전이었다. AP는 지난달 23일 공개한 ‘스타일 가이드(지침)’에서 “트럼프가 행정명령을 통해 멕시코만(Gulf of Mexico)의 이름을 ‘아메리카만(Gulf of America)’으로 바꿨지만, 트럼프의 명령은 미국 내에서만 효력이 인정되는 만큼 400년 넘게 사용돼 온 멕시코만으로 계속 표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전 세계에 뉴스를 전파하는 글로벌 뉴스 기관으로서 AP는 모든 독자들이 지명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괘씸죄를 피하지 못했다. 9일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을 보러 루이지애나주(州) 뉴올리언스로 가던 도중 멕시코만 상공 전용기 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날을 ‘아메리카만의 날’로 선포한 뒤 이틀 만에(11일) 백악관은 AP 기자의 대통령 집무실 출입을 차단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14일)에는 대통령 전용기 탑승도 막았다. 백악관 공보·인사 담당 부비서실장 테일러 부도위치는 당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AP가 합법적으로 변경된 지명인 아메리카만을 계속 무시하고 있다. 이는 분열을 야기하고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겠다는 AP의 의지를 보여 준다”고 썼다.

“좌파 버릇을 고쳐 놓겠다”

11일 남미 콜롬비아 보고타의 한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보이는 구글 지도 앱에 멕시코만과 아메리카만이 병기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달 20일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개칭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보고타=AFP 연합뉴스

11일 남미 콜롬비아 보고타의 한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보이는 구글 지도 앱에 멕시코만과 아메리카만이 병기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달 20일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개칭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보고타=AFP 연합뉴스

하지만 액시오스에 따르면 백악관이 AP로부터 대통령 최근접 취재 기회를 박탈한 게 멕시코만 고집 때문만은 아니다. 부도위치는 액시오스에 “문제는 AP가 스타일북을 통해 언어를 무기화하는 식으로 미국인과 전 세계 사람들의 전통적 신념과 대조되는 당파적 세계관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미국 언론이 적극 참고할 정도로 AP 스타일북의 영향력이 막대한데 그 책에 성별·이민·인종 등과 관련해 진보적인 표현이 많이 담겨 있다는 게 보수 공화당 지지층의 불만이며, 그게 AP 퇴출의 이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액시오스는 분석했다.

우파가 싫어할 만한 AP 스타일북의 권고는 가령 이런 것들이다. 흑인은 대문자를 앞세워 ‘Black’으로 쓰지만 백인을 가리킬 때는 전부 소문자(white)만 쓴다. 대문자로 자신을 표기하는 백인우월주의자의 믿음에 정당성을 부여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불법은 사람이 아닌 행동에만 적용되는 수사인 만큼 ‘불법 이민자(illegal immigrant)’라고 쓰면 안 된다. ‘불법 이민(illegal immigration)’ 형태만 가능하다.

“멕시코만 명칭 돌려놔라”

이름을 빼앗길 위기에 놓인 멕시코에서는 인터넷 검색 업체 구글이 AP 신세다. AP와 달리 구글은 10일 자사 블로그와 X 등을 통해 멕시코만의 이름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 공식 지명을 적용해 온 관례를 따랐다면서다. 그러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1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구글을 상대로 멕시코만 명칭을 돌려놓지 않으면 법정에 세우겠다고 경고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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