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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낮잠을 즐기자는 날의 숨은 취지

입력
2025.02.28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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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공공 수면의 날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 학생들이 잔디밭에서 쉬거나 낮잠을 즐기는 모습. colostate.edu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 학생들이 잔디밭에서 쉬거나 낮잠을 즐기는 모습. colostate.edu

초식동물들이 대개 서서 자는 건 포식자의 미심쩍은 기미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농장서 나고 자란 말들도 경계를 서주는 동료가 있을 때만 겨우 앉거나 눕는다. 그들의 잠은 목숨을 건 휴식이다.
인간에게도 잠은 근본적으로 그렇다. 특히 함께 잔다는 건, 성적인 의미를 배제하더라도, 대단히 친밀한 관계가 아닌 한 경계해야 할 행위다. 물리적-정신적 무방비 상태의 자신을 상대에게 드러내는 행위이고, 그래도 괜찮다는 합의와 믿음을 전제한 행위다. 잠의 안전한 공유는 인류의 염원 중 하나인 평화와 공존의 거의 완벽한 경지라 할 만하다.

특정일에 의미를 부여해 끼리끼리 기념하는 걸 즐기는 일부 미국인들이 매년 2월 28일을 ‘전국 공공 수면의 날(National Public Sleeping Day)’로 제정했다.
그 유래는 불분명하다. 고대 로마 시민들이 즐겼다는 점심 식사 후의 오수 문화를 언급하는 이들도 있고, 하루 8시간 노동제를 선구적으로 제창한 19세기 영국 웨일스의 사회개혁가 로버트 오언에게서 뿌리를 찾는 이들도 있다. 일본인들이 관습적으로 용인한다는 업무 중 졸기 ‘이네무리’, 이탈리아 일부 농촌 지역의 가족 구성원들이 가축을 보호하기 위해 교대로 낮잠을 잤다는 ‘수세귀레(susseguire) 전통’ 등을 연관 짓기도 한다. 초봄의 나른한 졸음이 저 날을 제정하게 했을 수도 있다.

공공 수면의 취지는 피로 회복과 집중력 향상, 심혈관 질환 예방 등 토막 낮잠의 효과를 많은 이들과 함께 안전하게 부담 없이 누리자는 것이다. 자동차 안이나 사무실 책상도 좋고, 공원 벤치나 잔디밭도 무방하다. 주창자들은 친구나 직장 동료끼리 식사와 가벼운 산책 후에 아무 데서나 토막잠을 즐길 것을 권장한다.
그 취지가 잠의 평화와 아예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다. 장 자크 루소는 인간의 연약함이야말로 사회성의 근간이며, 삶의 고단함이 인간애의 바탕이라 여겼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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