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손정의의 AI 승부수, 日 '퀀텀 점프' 이끌까?

입력
2025.03.01 04:30
19면
0 0

편집자주

요동치는 국제 상황에서 민감도가 높아진 한반도 주변 4개국의 외교, 안보 전략과 우리의 현명한 대응을 점검합니다.



손정의, AI 개발에 대규모 투자
치열한 경쟁 등 성공 보장 없지만
기로에 선 일본 운명 좌우할 것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왼쪽)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AI 시스템 '크리스털 인텔리전스(Cristal Intelligence)' 공동 개발 발표 행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왼쪽)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AI 시스템 '크리스털 인텔리전스(Cristal Intelligence)' 공동 개발 발표 행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지난 1월 21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함께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5,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오픈AI의 샘 올트먼도 참석했다. 이들이 공개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단순한 투자 사업이 아니라, 범용 인공지능(AGI)의 실현을 앞당기기 위한 대담한 전략이었다. 손 회장은 수년 내 AI 에이전트 시대가 도래할 것이며, 이에 대비해 세계 최대 규모의 AI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치보다는 직관을 믿고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그의 결정은 과거의 행보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비관적인 전망과 비난 속에서도 잠재력만을 믿고 과감하게 도전해 온 인물이다.

그로부터 보름도 지나지 않은 2월 3일 도쿄에서 손정의 회장과 샘 올트먼은 기업 맞춤형 AI 시스템 '크리스털 인텔리전스(Cristal Intelligence)'의 공동 개발을 발표했다. 손 회장은 이를 '일본판 스타게이트'라 명명하며, 몇 년 내로 전 세계 기업들이 AI 에이전트를 통해 자동화를 이루게 될 것이고, 그 혁신의 출발점은 일본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작은 크리스털 구슬을 손에 쥐고 상기된 표정으로 발표를 이어갔으며, 반짝이는 유리 구체는 마치 미래를 내다보는 예언자의 수정구슬처럼 보였다. 만약 손정의의 과감한 결단이 성공한다면, 일본은 인공지능 실용화와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존재감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물론 손정의의 도전이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의 파트너인 오픈AI는 현재 AI 산업을 선도하고 있지만, 업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새로운 기업들이 끊임없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중국 딥시크(DeepSeek)의 등장은 AI 개발이 대규모 자본과 리소스를 보유한 소수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또 소프트뱅크의 대규모 투자 계획에도 불안 요소는 존재한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참여 기업들은 1,000억 달러를 투자하고, 나머지 4,000억 달러는 향후 4년간 투입할 계획이다. 크리스털 인텔리전스 개발에는 매년 4,500억 엔씩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이렇게 단기간에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면 소프트뱅크 그룹의 재무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손정의 회장은 이러한 리스크를 기꺼이 감수할 태세다.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가 무너질지언정, 일본은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의 표정에는 단순한 기업가가 아닌 혁명가의 면모가 엿보인다. 손 회장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막부 말기의 혁명가 사카모토 료마다. 그는 고교 시절 료마의 탈번(脫藩)에 영향을 받아 홀연히 미국 유학을 떠났으며, 소프트뱅크의 로고 또한 료마가 설립한 가이엔타이(海援隊)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 크리스털 인텔리전스가 바꿔놓을 미래를 이야기하며, 흥분된 표정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이어가는 그의 모습은 일본을 변화시키고자 했던 료마의 비전과 겹쳐진다.

일본은 지금, AI 혁명의 기로에 서 있다. 손정의의 도전이 일본을 미래로 이끌지, 혹은 또 다른 위기를 초래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가 던진 승부수가 일본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창민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