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6, 27일 세종문화회관서 고별 공연 '맥을 이음'
"은퇴라는 말 싫지만 공연은 마지막, 새 노래 안 낸다"

가수 이미자는 5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린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을 이음'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마지막이라는 말씀을 확실히 드릴 수 있는 때"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은퇴라는 말은 너무 경솔하지 않나 싶어 삼가고 있었는데 이제 ‘마지막’이라는 말씀을 확실히 드릴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엘레지(비가∙애가)의 여왕' 이미자(84)가 고별 무대를 통해 66년 가수 인생에 마침표를 찍는다. 5일 이미자는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단을 내리는 것(은퇴 선언)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노래를 부를 수 없을 때 조용히 그만두는 것이 낫지 않나 생각해서 은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며 “’은퇴’라는 말 대신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말은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분명코 공연은 이번이 마지막이고 신곡 발표도 안 할 것이지만 방송이나 신문에서 조언이라도 해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단을 내리지는 않겠다”고 부연했다.
이미자는 내달 26,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후배 가수 주현미, 조항조 등과 고별 공연 ‘맥(脈)을 이음’을 연다. 대중음악 가수 최초로 세종문화회관에서 데뷔 30주년 콘서트를 열었던 그는 이후 40∙45∙50∙55∙60주년 기념 공연도 같은 장소에서 했다. 이미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내가 가장 많이 기념공연을 했을 것”이라면서 “애착이 있는 무대에서의 이번 공연이 제겐 영원히 기념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 대해선 “전통가요의 뿌리를 이어갈 수 있는 연구를 많이 해오다 거의 포기한 상태였는데 이렇게 든든한 후배들을 고르고 골라 전통가요의 맥을 대물림해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이 공연으로 충분히 마무리 지을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미자는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해 1960년대 대중음악계 슈퍼스타로 활약했고 지금까지도 전통가요의 상징적인 존재로 남아 있다. 1958년 TV 가수 경연 프로그램에서 1등을 하며 작곡가 나화랑의 눈에 띄어 이듬해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그는 이후 ‘동백 아가씨’ ‘빙점’ ‘여자의 일생’ ‘기러기 아빠’ ‘섬마을 선생님’ ‘여로’ 등의 히트곡을 쏟아냈다. 66년간 발표한 앨범은 560장이 넘고 녹음한 곡은 2,000곡 이상이다.
어려운 시간도 있었다. ‘동백 아가씨’는 왜색이 짙다는 이유로, ‘기러기 아빠’는 너무 처량하게 불렀다는 이유로 금지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미자는 “전통가요는 질 낮은 음악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소외당했던 기억도 있지만 우리가 어려웠을 때 함께 들으며 불렀던 노래들이 절대 잊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이번 공연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가수 이미자(가운데)와 조항조, 주현미가 5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린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을 이음'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자는 전쟁 후 고달팠던 시대의 정서를 노래하며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슬픈 노래를 많이 불러 ‘엘레지의 여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1973년 베트남 주둔 한국군 위문공연과 2002년 평양 단독 콘서트, 2013년 파독 광부∙간호사 독일 위문공연 등의 무대에 오르는 등 한국 현대사와 함께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 대중음악인 가운데 처음으로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그는 “우리 가요가 곧 한국 100년사라고 말할 수 있다”며 “일제강점기의 설움, 해방의 기쁨을 느끼기도 전에 6·25를 겪은 설움 등 고난의 세월 속에서 우리를 위로하고 애환을 같이 느꼈던 것이 우리 대중가요였다”고 강조했다.
주현미와 조항조는 전통가요의 맥을 잇는 후계자로서 이번 공연을 함께한다. 주현미는 실제로 자신의 유튜브 채널 ‘주현미TV’와 콘서트 ‘주현미, 한국가요 100년을 노래하다’ 등을 통해 트로트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한국 가요의 역사를 되짚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맥을 잇는 후배로 지목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면서 “전통가요의 원형을 복원한다기보다는 그 노래들이 있었던 시대와 이야기들을 잊지 않고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항조는 “제가 ‘자격이 있나’라는 생각에 정말 부담스럽지만 열심히 선배의 뒤를 따르며 선배가 물려준 맥을 이으려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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