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정치권 "사고·감염병 대응 위해 필요"
막대한 비용·의료 수요 부족·의정 갈등 난제
인천공항공사 나서야 주장도...공사는 난색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수목적 공공병원인 가칭 '국립항공의료센터'를 설립해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하고 있다. 연합회 제공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 응급의료센터를 갖춘 종합병원이나 특수목적 공공병원 설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항공사고나 해외 유입 감염병 등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나, 막대한 비용 등 걸림돌이 수두룩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병원 건립' 불을 당긴 건 영종도 주민들이다. 주민단체인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는 지난달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수목적 공공병원인 가칭 '국립항공의료센터'를 설립해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이 단체는 "일본 도쿄(하네다)국제공항 6.1㎞, 영국 런던 히드로공항 6.5㎞ 등 해외 주요 공항은 반경 7㎞ 이내에 상급 의료시설이 있지만 인천공항은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이 바다 건너 31㎞ 떨어진 인하대병원"이라며 "대형 사고가 발생해도 신속한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이 특수목적 병원 설립을 콕 짚어 요구한 것은 공공이나 민간 종합병원 유치가 수년째 지지부진해서다. 인천시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덮친 2020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을 통해 '영종국제도시 종합병원 건립 최적화 방안 마련 연구용역'을 실시, 이듬해부터는 서울대병원과 '영종도 분원 유치' 협의에 나섰으나 아직 가시적 성과는 없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시는 외상센터 필요성을 부각하며 국립대병원 유치계획도 수립해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여건이 좋지 않다.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여전한 데다 수도권에 병상이 과잉 공급돼 영종도 일대도 2027년까지 병상 공급 제한 지역으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재원 마련도 선결 과제다. 5년 전 연구용역 당시 308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지으려면 2,316억 원이 필요하고, 여기에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36병상)이 추가되면 769억 원이 더 들 것으로 추산됐다. 영종도 인구가 12만8,665명에 불과하고,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1.1%(인천시 평균 16.4%)로 낮은 점도 고려 대상이다. 통상 종합병원이 운영되려면 주변 지역 인구가 20만 명은 돼야 한다고 의료계는 보고 있다. 기존 시내 종합병원 외에 영종도와 다리로 이어진 송도·청라에 각각 송도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청라병원이 들어서는 것도 수요 면에선 악재다. 2020년 7월 개원한 세종충남대병원은 인구가 40만 명에 육박하는 세종시의 유일한 종합병원이지만 최근 4년간 누적 손실이 2,07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이착륙하는 항공기들.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15년(2009~2023년)간 6조1,613억 원(당기순이익)을 벌어 정부에 총 2조7,420억 원을 배당한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가 종합병원을 지어 운영하게 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로 적자였던 3년(2020~20222년)을 제외하면 공사는 연평균 2,285억 원을 국토교통부에 꼬박꼬박 내줬다"며 "국토부 국립교통재활병원, 국가보훈부 보훈병원처럼 공사가 재난 대비 목적 종합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사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재정 여건이 악화된 데다 1조 원대 제1여객터미널 종합개선 사업 등을 앞둬 경제성이 낮은 병원 사업에 큰 돈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병원을 운영하면 공항 운영에 도움 되겠지만, 지속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국토부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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