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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 끝난 라틴아메리카판 '마셜플랜'

입력
2025.03.13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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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 케네디의 '진보를 위한 동맹'


미국우편공사(USPS)가 1960년대 초 발행한 '진보를 위한 연대' 기념우표.

미국우편공사(USPS)가 1960년대 초 발행한 '진보를 위한 연대' 기념우표.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취임 두 달 뒤인 1961년 3월 13일 라틴아메리카의 경제 부흥과 협력을 위한 대규모 원조 계획을 발표했다. 이른바 ‘진보를 위한 동맹(Alliance for Progress)’ 10개년 프로젝트였지만, 냉정히 말하자면 중앙정보부(CIA)를 앞세운 정치-군사공작과 병행해 라틴아메리카에서 냉전 우위를 지키기 위한 당근 전략이었다.

2차대전 전후 미국과 라틴아메리카의 관계는 썩 좋지 않았다. 전시 미국을 위해 파병은 물론이고 천연자원 등 군수물자를 대느라 용을 썼지만 미국은 전후 마셜플랜으로 유럽을 돕고 일본을 지원한 데 반해 라틴아메리카는 철저히 소외됐기 때문이었다. 19세기 이래 이어진 농업 지배-수탈 구조와 제조업 종속 구조도 달라진 게 없었고, CIA의 과테말라 군사쿠데타 지원으로 반미 여론이 심화했다. 1958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방문한 리처드 닉슨 당시 부통령이 군중의 돌멩이 세례를 받은 일도 있었다. 그 와중에 1959년 쿠바 혁명이 성공했다.

교육과 보건, 산업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기아와 빈곤으로 고통받는 수백만 명의 라틴아메리카 시민”을 도와야 한다던 케네디의 인도주의적 레토릭과 달리 저 프로젝트는 냉전시대 미국 지역안보 전략의 일부였다.미국은 첫해 500만 달러로 시작해 1962~67년 연간 14억 달러 등 10년간 223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진보를 위한 동맹’은 사실상 실패했다.
미국이 지원한 자금 상당액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1세계 부채 원금 및 이자 상환에 쓰였고, 각국 부패 정권의 축재 및 대미 로비 자금 등으로 전용돼 실질적인 신규 투자로 쓰인 돈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1960년대 라틴아메리카의 13개 입헌 정부가 우익 군사 독재 정권으로 교체됐으니, 미국의 매파 냉전주의자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대성공이라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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