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난립 사태 피고인 23명 첫 공판
물리치료사, 대학생, 자영업 등 직업 다양
"고의 없었다" 주장... 4명은 보석 신청도

1월 19일 새벽 일어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의 여파로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경찰 등 관계자들이 출입 통제를 강화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에 난입해 영장 당직 판사를 수색하며 시설을 부수고 경찰관들을 폭행했던 이들이 해당 법원에 수의를 입고 출석했다. 지난 1월 19일 새벽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가 발생한 지 두 달 만이다. 대다수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이들의 변호인은 "무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김우현)는 10일 공무집행방해·특수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63명 중 23명의 첫 공판을 열었다. 법정에서 이들의 직업은 자영업, 물리치료사, 대학생, 간호조무사 실습생, 유튜버 등으로 언급됐다.
재판 시작 전부터 법원에는 긴장감이 고조됐다. 습격을 당한 법원은 평소보다 한층 보안 검색을 강화했다. 청사 방호원들은 출입하는 방청객 등의 가방 내부를 샅샅이 살폈다. 법정에 들어서는 방청객에 대해선 추가 신원 확인도 했다. 피고인이 많은 점이 고려돼 영상 중계가 진행된 다른 법정에선 좌석마다 번호가 매겨졌다. 돌발 사태에 대비해 신원을 재차 확인하며 지정 좌석제를 운영한 것이다.
피고인 상당수는 갖은 명분을 대며 혐의를 부인했다. 궤변에 가까운 주장도 법정에서 나왔다. 한 변호인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대통령을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불법이라서 공무집행방해죄 구성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하상 변호사는 오전 재판 뒤 취재진에게 "국민저항권은 헌법 전문에 보장되기에 자유 청년들의 불법 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도 맡고 있다.
또 다른 변호인은 "(피고인들이) 스크럼(인간 저지벽)을 짠 행위는 인정하지만 그 자체로 방해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에 참여한 공수처 차량을 파손하며 수사팀을 위협한 혐의에 대해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차량을) 두드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법원 테러 행위에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이 가장 많았다. 한 피고인은 "상황에 휘말리기 싫어 차량 뒤쪽으로 갔다가 우발적으로 스크럼에 합류했다"며 "공무집행을 방해할 의사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법원 7층 판사실에 침입해 난동을 부린 혐의를 받는 유튜버 이형석씨는 사건 당일 판사실 문을 개방하고 내부를 수색한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이씨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의 특임전도사로 알려져 있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 첫 재판이 열린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인근에서 극우 지지자들이 소수 모여 집회를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피고인들이 습격한 법원에서 재판 받는 점을 언급하며 "공정하게 재판이 진행될지 우려된다"고 문제 삼는 변호인도 있었다. 한 변호사는 "경미한 행위자에게도 똑같은 법적 책임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범행 당시 피고인 개개인의 역할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증거를 제시해 달라고 공판검사에게 주문했다. 이날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한 피고인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정식 재판 첫날부터 건강, 학업 등의 이유로 보석을 요청한 피고인들도 있었다. 변호인들은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조사 중 쓰러져 응급실에 갔다" "부양할 노모가 있다" "학교 돌아가지 않으면 졸업이 힘들다"는 등 갖은 사유를 들어 피고인 4명에 대한 보석을 청구했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기각해달라"고 했다.
법원 담장 밖에선 피고인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강성 보수 성향 유튜버 등 수십 명은 오전 9시부터 공덕소공원에 모여 "애국 청년들을 석방하라"고 외쳤다.
검찰은 서울서부지법 사태로 이달 7일까지 총 78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날 공판에 출석하지 않은 나머지 피고인들의 첫 공판은 이달 17일과 19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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