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부과 근거될 의견서 취합
각계각층에서 "韓과의 무역 불공정"
한미FTA도 상호관세 막기 어려울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내 200대 대기업 협의체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의 분기 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대상국의 불공정 관행을 고쳐놓겠다며 으름장을 놓자 대미 무역 흑자를 보고 있는 한국에 대한 성토장이 열렸다. 미국의 산업계는 한국의 규제와 제도 때문에 무역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며 아우성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무시한 새로운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무역대표부(USTR) 온라인 포털에는 미국 내 다양한 이익단체에서 제출한 733개의 의견서가 제출됐다. 이는 USTR이 각국 불공정 무역 관행과 일방적 무역 협정 등에 대한 공개 의견을 요청함에 따라 여러 업계와 이익단체에서 낸 일종의 '탄원서'다. 한국을 포함해 여러 무역 상대국의 정책에 대한 불만이 망라됐다. USTR은 이날까지 접수된 의견을 검토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이는 내달 부과 예정인 상호관세의 근거가 될 확률이 높다.
축산업계부터 콘텐츠업계까지... "한국과의 무역 불공정"

2012년 3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FTA 폐기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미소고기협회(NCBA)는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합의된 '30개월 연령 제한'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중국과 일본, 대만은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과 품질을 인정해 30개월 제한을 해제했다"며 "연령 제한 철폐를 위해 한국과 협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육류수출협회(USMEF)도 비슷한 의견서를 냈다.
한국의 규제를 '무역장벽'으로 지목한 업계도 있다. 미국대두협회(ASA·USSEC)는 잔류농약 기준과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관련 규제를 문제 삼았다. 한국의 규제 방식과 심사 과정이 미국산 대두 수출에 장애가 된다는 주장이다. 생명공학업계 이익단체인 생명공학혁신기구(BIO)는 한국 정부의 가격 통제 때문에 미국 제약사의 혁신 제품이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고 불평했다.
콘텐츠 업계의 불만도 상당하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소니픽처스 등이 회원사로 있는 미국영화협회(MPA)는 △스크린쿼터제 △광고 규제 △망 사용료 △영화발전기금 등을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기존 146일에서 73일로 축소된 스크린쿼터(자국 영화 상영 의무 기간)의 경우 "한국 영화 산업의 국제적 성공을 고려할 때 더 줄이거나 아예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이 한국의 선례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업계도 드물지만 있다. 에픽게임즈와 스포티파이 등이 소속된 앱공정성연합(CAF)은 한국에서 최초로 시행된 '인앱 결제 금지법'이 애플과 구글의 시장 독점을 방지한다며 미국에서도 유사한 규제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USTR은 한국의 이런 법안을 무역장벽이 아니라 공정 경쟁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변화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에 한미 FTA 방패 삼기 어려울 듯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가 선거운동차 찾은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에서 한 지지자가 트럼프 후보를 대표하는 문구인 '미국을 더욱 위대하게(MAGA)'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그린베이=AP 연합뉴스
이들의 주장은 과거에도 꾸준히 제기돼 온 의견들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상호관세 원칙을 내세우면서 일부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이전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는 데 있다. 한국이 미국의 주요 무역 적자국 중 한 곳인 만큼 한미 FTA의 존재가 상호관세의 '방패'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이 체결돼 있는 멕시코와 캐나다에도 25% 관세 부과로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호한 입장이다. 관세 혼란으로 물가 인상 우려가 높아지면서 미국 증시가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도 그는 11일 경제인들과의 대화에서 "관세율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며 "관세 부과로 그들(외국 기업)이 미국에서 생산을 한다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이 비관세 장벽을 이유로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면 한미 FTA 위배 소지가 있다”면서도 “현 상황에서는 미국이 상호관세를 강행한다면 한국 정부 입장에서 시정 요구를 하는 것 외엔 별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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