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댓글 피의자 특정, 명예훼손 혐의 적용 검토
"당사 비방글 조직적 작성" 고려아연도 수사의뢰

경찰 로고.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른바 '영풍·MBK 연합'을 겨냥한 조직적인 비방 댓글이 달렸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강제 수사에 나섰다.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연합해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연합에 대한 '음해성 여론 조작'이 있었던 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전날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수사관이 파견된 건 아니고 팩스로 영장을 보내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영풍·MBK 연합에 대한 비방글이 무더기로 작성된 의혹을 규명하려는 차원이다. 경찰은 악성 댓글을 작성한 피의자들을 특정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시작한 지난해 9월부터 자신들에 대한 부정적 댓글 및 게시글이 집중적으로 작성되는 정황을 포착하고, 같은 해 12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해당 연합은 약 4,000건의 기사에 등록된 약 1만5,000건의 댓글, 종목토론방에 올라온 약 6,000건의 게시글 등을 분석한 결과, 특정 계정이 동일한 표현을 사용해 비방글을 작성한 흔적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종목 토론방에서 활동한 계정들의 경우 같은 날짜에 활동을 시작해 모두 24시간 이내에 삭제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고려아연도 "공개매수 기간 동안 종목토론방과 기사 댓글에서 당사 및 최고경영진을 비방하는 허위 게시물이 조직적으로 작성됐다"며 올해 1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정 계정들이 업무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활동하며 전체 게시글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는 게 고려아연 측 주장이다. 종로경찰서는 이 사건 역시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영풍·MBK 연합과 고려아연은 6개월째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선언하면서, 양측은 수조 원대의 자금을 투입하며 지분 다툼을 벌였다. 영풍은 당초 매수가를 주당 66만 원으로 제시했다가 75만 원, 83만 원으로 올렸고, 고려아연 역시 89만 원으로 높이며 맞불을 놨다. 이들 사이엔 주식 처분과 임시 주주총회의 효력을 둘러싼 법정 공방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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