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 붕괴 틈타 투입한 병력
"이스라엘인·드루즈 보호" 주장하며
비무장지대 내 주둔 장기화 시사

지난 2일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시리아 골란고원 내 쿠네이트라에서 이스라엘군 전차가 이스라엘과 시리아 간의 완충지대로 진입하고 있다. 쿠네이트라(시리아)=EPA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최근 추가로 점령한 시리아 남부 지역에 병력을 무기한 주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은 그간 국제법상 시리아 영토인 골란고원 일부를 점령해 왔는데, 지난해 12월 알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시리아 정부의 통제력이 약해지자 또다시 확장주의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은 국경 인근의 이스라엘인과 시리아 내 소수자인 드루즈 신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국경서 80㎞ '보안구역' 설정"
영국 가디언은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이스라엘과 레바논, 시리아 국경의 전략적 요충지 헤르몬산 정상의 이스라엘군 기지를 찾은 자리에서 "이스라엘군은 시리아에 무기한 머무를 준비가 되어 있다"며 "헤르몬산을 비롯한 시리아 남부의 모든 보안구역이 비무장화되고 위협이 없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남부 지역 점령을 장기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해 12월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되자 혼란을 틈타 골란고원 내 비무장지대에 병력을 투입해 점령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헤르몬산 정상의 두 곳을 포함해 시리아 영토 내에 9곳의 이스라엘군 전초기지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무장 세력의 진입을 막기 위한 '보안구역'도 설정됐다. TOI에 따르면 이 보안구역에는 이스라엘 국경에서 최대 80㎞ 떨어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지역까지 포함됐다.
"이스라엘인·드루즈인 보호" 주장

시리아 스웨이다시(市)의 알카라마 광장에서 지난 4일 한 드루즈파 노인이 알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세워진 시리아 신정부의 국기를 바라보고 있다. 스웨이다(시리아)=AP 연합뉴스
이스라엘은 '국경 지역의 이스라엘인과 드루즈 신자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드루즈는 이슬람 시아파 분파의 일종으로, 이번 추가 점령지에 거주하는 시리아인 4만 명 가운데는 드루즈 신자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드루즈파에 대한 유화 정책도 나왔다. 카츠 국방장관은 지난 9일 "시리아 남부 드루즈파 주민들이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마을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입국을 허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보호하겠다고 나선 주민들이 이스라엘 본토가 아닌 불법 점령지 골란고원과 그 인근에 거주하는 이들이라는 점에서 이스라엘군 개입 명분의 타당성은 높지 않다. 이스라엘은 앞서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시리아 영토인 골란고원을 점령하고 주민들을 이주시켰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불법으로 간주해 왔다.
시리아는 자신들에게는 이스라엘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항변했다. HTS 수장인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은 11일 영국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다른 어떤 나라에 위협을 가할 생각이 없다"며 "자신이 위협에 처해 있다는 망상에 빠져 선제공격을 가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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