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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시니어들의 험난한 한국 관광

입력
2025.03.13 22:00
26면
3 0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0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고속버스 리프트 도입을 요구한 소송에서 7년 만에 일부 승소를 거둔 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0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고속버스 리프트 도입을 요구한 소송에서 7년 만에 일부 승소를 거둔 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전동 휠체어 타는 남편과 다른 가족들과 함께 한국 한 달 여행 계획 중입니다. 서울 말고도 다른 도시를 보고 싶어서 경주, 안동, 여수를 가요. 숙박시설은 예약했는데 이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깜깜해요. 장애인 투어를 하는 회사에도 연락했는데 답변이 없어요. 휠체어 들어가는 렌터카가 지역에도 있나요? 지역 장애인콜택시는 어떻게 이용하죠? 이메일 문의할 수 있는 곳이 없어요."

한 미국인이 무의로 이메일을 보내 왔다. 그동안 외국인 장애인이 혼자, 또는 두 명 정도 여행하니 정보를 알려 달라는 요청은 받아 보았지만, 가족 단위 여행을 하겠다며 정보를 청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엄중한 시기에 한국 관광을 하러 오겠다는 미국인 가족을 꼭 도와주고 싶었다.

벌써 머릿속에 이 가족이 겪을 고난이 그려지고 있었다. 서울에서 경주나 안동으로 이동할 때 외국인 장애인은 앱 예매가 되나? 기차역에서 숙소까지 휠체어가 들어가는 이동수단이 있나? 현지 렌터카에도 휠체어 탑승 차량 옵션이 없을 것 같은데? 휠체어 접근 가능한 식당이 지역에도 있을까? 배달 시켜서 먹어야 하는 건가?

외국인 장애인 관광의 가장 어려운 점은 이동이다. 지역 간 이동과 지역 내 이동이 뚝뚝 끊긴다. 우선 휠체어가 들어가는 차량을 구하기 어렵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장애인콜택시를 외국인이 등록해 이용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급히 소셜미디어로 도움을 청했다. 한 복지재단에서 보유한 휠체어 탑승 가능 밴을 며칠 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모든 외국인 관광객이 이런 정보를 찾을 수 없는 구조는 문제다. 짐작하건대 장애인 관광객은 대도시 관광에서 외부로 이동할 방법을 찾을 수 없어서 포기해 버릴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는 '다누림관광'이라는 장애인 관광 정보 페이지를 운영한다.)

한국관광공사도 '열린관광 모두의 여행'이라는 홈페이지와 함께 지자체별로 다양한 관광객 유치를 위한 열린관광지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지역 이동과 연결 방법까지 찾을 수는 없다. 지역 장애인콜택시 예약 정보를 외국어로 제공하는 곳도 드물다.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서울 경기권에서는 휠체어 탑승 가능한 밴을 유상으로 렌트하는 서비스가 드물지만 생겼다. 내국인들은 알음알음 지역 복지관에서 보유 중인 휠체어 탑승 차량이 운행하지 않을 때 빌리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모두 지엽적이고 비공식적 방법일 뿐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각 지자체의 선의나 정책에 기대면 전 세계 15% 에 달하는 외국인 시니어, 장애인 관광객들은 한국 방문을 쉽게 포기할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까지 생각할 것도 없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수도권 인프라 집중과 지역 소멸을 방지하는 첫 번째 방법은 이동이 취약한 사람들을 위한 지역 접근성부터 챙기는 것이다.



홍윤희 장애인이동권증진 콘텐츠제작 사단법인 '무의'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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