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집 사육 방식 돼지빌딩, "극단적인 생명경시"
전염병 확산 위험 높여 대량 살처분 가능성

중국 후베이성에 위치한 26층짜리 돼지 빌딩. 이곳에서는 최대 돼지 120만 마리의 사육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웨이보 캡처
충남도가 최근 중국 기업과 협약을 맺고 고층 건물에 돼지를 대량 사육하는 '양돈 빌딩'을 짓겠다고 발표하자 동물단체들이 "극단적인 생명 경시"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충남도는 돼지 빌딩 도입을 위해 중국 양샹그룹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기업은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 사육-도축-가공을 원스톱으로 하는 돼지 빌딩을 운영하며 중국 내 6개 지역에서 돼지 250만 마리 이상을 사육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동물단체들은 잇따라 논평을 내고 돼지 빌딩 사육 방식이 동물복지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전염병 확산에도 취약하다며 해당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가 2019년 10월 1일 돼지 감금틀인 '스톨'을 설치하고 공장식 축산에 대한 시민 인식 개선 캠페인을 벌였다. 연합뉴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양돈농가 5,513개 가운데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곳은 0.4%(23개)에 불과하다. 단체는 "대부분의 돼지는 몸을 움직이거나 자연스러운 습성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환경에 놓여있다"며 "빌딩에 농장을 조성하는 것은 동물복지 개선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 농장동물복지단체 CIWF(Compassion in World Farming)도 돼지 빌딩의 높은 사육밀도와 다층 간 이동 사육 방식은 전염병 확산의 위험을 더 높인다고 경고한 바 있다"며 "돼지 빌딩이 외부와의 접촉을 막아 가축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충남도의 주장과 완전히 상반된다"고 덧붙였다.
동물권행동 카라도 돼지 빌딩이 방역에 효과적이라는 충남도의 주장에 반박했다. 카라는 "첨단 시스템을 적용해도 좁은 공간에서 몇십만 마리의 돼지를 사육하면 질병 감염의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고 통제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미국 뉴욕대 등 전문가들 역시 이런 고도의 집약적 동물 사육 시설이 질병을 완벽히 차단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는 돼지가 돼지답게 살 수 있는 농장을 원한다"며 "지금이라도 그 계획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들은 복지개선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 동물로 돼지를 꼽았다. 픽사베이
한국동물보호연합은 "돼지 빌딩은 고도화된 공장식 축산으로 동물들을 더 많은 고통과 죽음에 내몰 뿐"이라면서 "충남도지사는 동물을 고도로 억압하고 착취하는 동물판 아우슈비츠인 돼지 빌딩 건립추진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농장동물 전문가인 윤진현 전남대 동물자원학부 교수도 돼지 빌딩이 결국 대량 살처분으로 이어져 동물 복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윤 교수는 "아무리 층마다 철저하게 관리한다고 해도 출입문 등 공유된 장소를 통해 질병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예방적 살처분 정책 기준(반경 500m 이내)을 적용한다면 돼지 빌딩의 경우 전염병 발생 시 대량 살처분으로 이어져 동물 복지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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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잘 살다가 갈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