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산운용사 '아카디안' 수석 부사장
韓 투자자 두고 "美 증시 물 흐린다" 비판
"오징어게임식 투자의 결말? 안 좋을 것"

지난 11일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가 증시 현황판을 지켜보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미국 유력 자산운용사의 고위 임원이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을 겨냥해 "극단적인 가격 변화를 주도하며 미국 증시의 물을 흐리고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아카디안'의 오언 러몬트 수석 부사장은 13일(현지시간) '오징어 게임 주식시장(The Squid Game stock market)'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한국 개미들의 공격적인 투자 성향이 미국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몬트 부사장은 이 글에서 "미국 주식시장이 한국화하고 있다"며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총시가총액의 0.2%(1,121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일부 틈새시장에서만큼은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 사례로 '양자컴퓨팅' 분야를 언급했다. 지난해 12월 한국 투자자들이 1억1,100만 달러(약 1,610억 원)를 들여 집중 매수한 양자컴퓨팅 관련주 '리게티 컴퓨팅'의 주가는 한 달 만에 무려 1,400% 폭등했다. 러몬트 부사장은 "한국 개미들은 이외에도 인공지능, 소형 모듈식 원자로, 레버리지 ETF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며 "그들의 영향으로 기괴하고 폭력적인 가격 변동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한국인들이 대거 사들인 '리게티 컴퓨팅' 주가는 현재 고점 대비 55% 하락한 상태다.
러몬트 부사장은 한국인들이 '폭락 직전의 종목'을 매수하는 묘한 능력이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미국 금융 역사의 대표적 악재'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붕괴 △2018년 '볼마게돈(Volmageddon)' 사태 △니콜라 사기 의혹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직전 등을 거론한 뒤, "이를 보면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관련 종목 매수가 급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적었다.

미국 자산운용사 '아카디안'의 오언 러몬트 수석 부사장이 '오징어 게임 주식시장(The Squid Game stock market)'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투자자들을 분석한 글. 회사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다. 아카디안 홈페이지 캡처
이러한 한국인들의 투자 행태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빗대기도 했다. 드라마 속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위험한 게임에 준비 없이 뛰어들듯, 한국 투자자들 역시 똑같은 태도로 투자에 임한다는 얘기였다. 러몬트 부사장은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은 대부분 좋지 않은 결말을 맞는다"며 "이 게임 참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최선의 결정은 아예 참가하지 않는 것"이라고 썼다.
아카디안 자산운용은 1986년 설립된 글로벌 퀀트 헤지펀드사다. 현재 약 1,170억 달러(약 169조6,851억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 중이다. 경제학 박사인 러몬트 부사장은 2023년 아카디안에 합류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지난해 말 기준 사상 최대인 1,121억 달러(약 150조 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65% 증가한 수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