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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밭 속 처절한 생존 본능

입력
2025.03.17 04:30
수정
2025.03.17 08:40
25면
3 0
잔설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산 정상 부근에서 곤줄박이 한 마리와 박새 한 마리가 등산객이 던져준 땅콩 반쪽을 가지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잔설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산 정상 부근에서 곤줄박이 한 마리와 박새 한 마리가 등산객이 던져준 땅콩 반쪽을 가지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녹지 않은 눈들이 바람에 간간이 흩날리는 산 정상. 잔설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그곳에도 생명의 숨결은 온존한다. 매서운 칼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고, 앙상한 가지에 매달린 마지막 잎새가 위태롭게 흔들리는 풍경 속에서, 작은 새들은 생존을 위해 치열한 싸움을 펼치고 있다. 등산객이 던져준 땅콩 반쪽을 입에 문 곤줄박이의 눈빛은 기쁨으로 반짝였지만 동시에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혹여 주변에 있던 다른 새들에게 빼앗길까 봐 재빨리 몸을 숨기려는 모습은 마치 보물을 움켜쥔 어린아이와 같았다.

잔설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산 정상 부근에서 곤줄박이 한 마리가 등산객이 던져준 땅콩 반쪽을 기쁜 눈빛으로 물고 있다.

잔설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산 정상 부근에서 곤줄박이 한 마리가 등산객이 던져준 땅콩 반쪽을 기쁜 눈빛으로 물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박새 한 마리가 날카로운 눈으로 땅콩을 째려보며 곤줄박이를 쫓기 시작한다. 도망자는 황급히 날아가 눈 속에 땅콩을 감춰보지만 굶주림에 지친 추격자는 끝까지 필사적으로 쫓아가 몸싸움을 벌인다. 하얀 눈밭 위에서 펼쳐지는 두 새의 추격전은 드라마처럼 스펙터클했지만, 땅콩 반쪽을 차지하기 위한 몸부림은 치열했다. 그 작은 날갯짓 하나하나에는 생존을 향한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이 광경은 인간세상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잔설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산 정상 부근에서 곤줄박이 한 마리와 박새 한 마리가 등산객이 던져준 땅콩 반쪽을 가지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잔설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산 정상 부근에서 곤줄박이 한 마리와 박새 한 마리가 등산객이 던져준 땅콩 반쪽을 가지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람들은 풍요로운 시절에는 모두가 너그러워지지만, 어려움이 닥치면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는’ 본성이 드러난다. 그때는 서로를 향해 날 선 경쟁을 하고 이기심과 욕망이 뒤엉켜 갈등이 빚어진다. 이 모든 것들이 ‘곤줄박이와 동고비의 땅콩 쟁탈전’과 너무나 닮아 있다. 하지만 옛 선조들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콩 한 쪽도 나눠 먹어야 한다’고 가르침을 주었다. 지금 이 순간 주위를 둘러보자. 힘든 이웃을 위해 콩 반쪽을 나누는 마음이 필요한 때다.

잔설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산 정상 부근에서 곤줄박이 한 마리와 박새 한 마리가 등산객이 던져준 땅콩 반쪽을 가지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잔설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산 정상 부근에서 곤줄박이 한 마리와 박새 한 마리가 등산객이 던져준 땅콩 반쪽을 가지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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