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여는 글귀]
김주연 시집 '강원도의 눈'
비평집 '포스트휴먼과 문학'
편집자주
시집 한 권을 읽고 단 한 문장이라도 가슴에 닿으면 '성공'이라고 합니다. 흔하지 않지만 드물지도 않은 그 기분 좋은 성공을 나누려 씁니다. '생각을 여는 글귀'에서는 문학 기자의 마음을 울린 글귀를 격주로 소개합니다.

등단 60주년을 앞둔 문학평론가 김주연의 시집 '강원도의 눈'과 비평집 '포스트휴먼과 문학'
"굽실거리고 악수하던 너/ 며칠 뒤 안하무인의 구둣발이 요란하다/ 복지와 봉사를 약속하던 너/ 돈도 땅도 아파트도 모조리 제 주머니에 쓸어 넣는다/ 가렴주구와 옥반가효가/ 민주주의로 이름이 바뀌었구나, 불쌍한 민주주의야"('민주주의')
내년이면 등단 60주년이 되는 김주연(84) 문학평론가가 "뜬금없이 솟아나는 작은 글들" 54편을 엮은 시집 '강원도의 눈'을 최근 내놓았습니다. 개중에 작금의 정치 현실을 꼬집는 시편이 유독 와닿는데요. 문단에서 4·19세대를 대표해온 그의 문제의식이 여전히 유효한 까닭일 겁니다. "버릴 수도 없는/ 낫지 않는 몸살, 민주주의"
1966년 '카프카론'으로 비평 활동을 시작한 그는 '문지 4K'로 불리는 김현, 김병익, 김치수와 함께 계간 '문학과지성'을 창간한 1세대 문학평론가입니다. 60년간 무수히 많은 시집의 해설을 쓰며 비평해온 그가 이번에는 날카롭고 과감한 자신만의 언어를 벼려 놓습니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어느 편이세요, 묻"는 "중용과 지양은 없"고 "뜨거워야 사는 세상"('열')에 대해 말입니다. 그래서 "열받는다"면서요.
체제나 제도, 나아가 인간에 대한 그의 성찰은 얼어붙은 땅 시베리아에서 "얼음 풀린 눈물"('시베리아')에까지 가닿습니다. "지구온난화의 말세 징후" 인류세 같은 환경 문제부터 자본주의, 젠더까지 그가 "그동안 다양하게 성찰했던 인문적 마음 무늬들"(우찬제 문학평론가)이 한 권에 담겨 있습니다.
최근 5년간 그가 발표한 긴 글 29편은 '포스트휴먼과 문학'이라는 제목의 비평집으로 시집과 함께 출간됐는데요. 오픈AI, 챗GPT 등 '기계지성'들의 포스트휴먼 시대, '휴먼'의 가장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문학의 길을 묻고 있습니다. 문학은 어떤 형태로 살아남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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