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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민심도 못 잡고 타협 말할 자격 있나

입력
2025.03.18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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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2024년 3월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와의 대화 시간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4년 3월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와의 대화 시간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시기가 돌아왔다. 다양한 듯 거의 비슷한 의제들이 한순간 떠올라 표결 처리된다. 모두가 한 표씩 들고 있는 보통 선거가 아니라 보유 지분에 따라 의결권이 달라지기에 주총은 요식행위로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이 행사를 돌아보게 되는 건 기업 경영진에 주주가 직접 말을 걸 수 있는 드문 장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개미 투자자 또는 소액주주가 주총에 와서 마이크를 잡는 건 보통 즐겁기보다는 우울해서다. 실적이나 분위기가 좋은 기업이라 할지라도 현재 주가가 야속한 사람은 있기 마련이기에. 그래서 1년에 단 하루 정기 주총장은 살풀이장 같다. 모두가 알다시피 주총장의 얘기는 결국 그날의 얘기일 뿐이다. 그래도 주주들은 그날을 기다려 한마디를 하고 싶어 한다.

늘 이런저런 이유로 저평가됐다는 말을 듣는 게 한국 증시다. 기업들은 주주와의 적극적인 대화를 약속하고, 정부는 '밸류업'을 말했다. 그럼에도 올해 주주와 기업은 또 다투고 있다. 이번엔 주총장이 아닌 온라인 토론장에서, 얼마 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싸운다.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를 필두로 한 '경제 8단체'가 모조리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경제계 모두가 반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반 투자자'들의 모임은 온통 찬성 일색이다.

상법 개정안에 문제가 있는 것을 부인할 순 없다. 금융투자업계가 '성난 민심'을 유도하면서 조용히 미소 짓는 것도 안다. 개미들이 '애정하는' 수많은 주식 전문 유튜버가 모두 상법 개정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보내며 여론전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미의 목소리가 누군가에 의해 유도된 것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시간을 돌려 지난해 말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논쟁을 돌이켜 보면 '개미 군단'의 화력은 분명해진다. 이때는 재계와 금융권, 정부와 여당, 그리고 개미 군단이 한 팀으로 야당을 몰아붙였고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야당 대표가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다"고 군색한 표현을 썼지만 결국 '1,500만 투자자'가 야당마저 돌려세운 결정적 이유였다. 이때 알았어야 했다. 그 1,500만을 적으로 돌리는 게 무서운 일이란 걸.

어느 기업인 단체 대표는 최근 정치권이 타협 대신 갈등에 빠져 기업의 발목을 잡는 '악법'을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그들 자신이 주주 모임과 갈등 관계임은 의도적으로 무시하려는 것처럼 들렸다. 남이 타협하지 않는다고 따질 시간에 자기들부터 타협할 생각은 있었는지, 반대자를 설득할 노력은 제대로 했는지 돌이켜 볼 일이다. 마침 주총이 열리는 시기다. 우울한 주주들이 온다. 진심 어린 말을 건네기에 이보다 좋은 때가 있을까.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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