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국내 은행·보험사 14곳 대상 분석 결과
고탄소 산업 자산가치↓·자연 재해↑등이 손실로
"자체 리스크 관리는 물론, 녹색 전환 지원도 해야"

서울 남산타워를 둘러싼 구름 위로 이산화탄소(CO₂) 문자를 합성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기후 위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국내 금융권이 입는 손실규모가 46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대로면 은행은 건전성 지표인 자기자본비율이 마지노선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는 경고도 덧붙었다.
한국은행이 18일 공개한 '은행·보험사에 대한 하향식 기후변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서, 전 세계가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정책을 실시하지 않고 무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국내 금융사들이 입는 손실 규모는 45조7,000억 원(2024~2100년 누적 기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 경우 은행은 2100년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10.0%까지 떨어져 하한선(11.5%)을 하회하게 된다.
기후 정책을 적극 시행해 2050년 탄소중립1을 달성하는 '기준 시나리오' 아래에서 예상되는 손실액은 27조 원 수준이다. 기후 위기를 방치했을 때에 비해 40% 줄어드는 셈이다. 당장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정책을 펴면 단기적으로는 전환 비용이 부담되나, 무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2050년 이후 손실 폭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다는 진단이다.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는 한은과 금융감독원, 기상청이 공동 개발한 기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국내 금융사 14개사(은행 7곳, 생명보험사 4곳, 손해보험사 3곳)를 기준으로 분석됐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금융권의 손실은 다른 산업의 피해가 전이되면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①고탄소 산업의 부도율이 높아져 이들 기업에 대한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지거나 ②금융사가 보유 중인 관련 주식·채권의 자산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업종별로 보면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철강·금속가공제품·시멘트 등의 업종이 기후 정책 시행 초기 부도율이 높아지는 반면, 무대응 시에는 농업·식료품·건설·부동산 등의 업종이 손실을 키울 것으로 예상됐다. ③보험사의 경우 잦은 자연재해로 보험금 지급 규모가 급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대응 시나리오상 풍수해에 따른 보험손실 금액은 2100년쯤 2023년 대비 46.6%나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기준 시나리오상 증가분(20.7%)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금감원도 기후 시나리오를 토대로 기업여신 규모가 1조 원 이상인 36개 금융사에 대해 신용 리스크를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무대응일 경우 25조1,000억 원의 신용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은행 17곳 중 7곳은 최소 자기자본규제비율(11.5%)을 맞출 수 없을 것으로 추산했다.
한은은 금융사 내부의 기후 리스크 관리 지침 개선은 물론, 녹색 전환을 위한 자금 공급자로서 역할을 강조했다. 김재윤 한은 지속가능성장실 기후리스크분석팀 과장은 "금융기관들이 저탄소 전환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결국 금융권의 손실 가능성을 축소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 1 2050년 탄소중립
- 2050년 탄소중립(탄소 순배출량 0) 달성하면 지구 평균 온도의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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