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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인재가 의대로 몰리지 않는 이유

입력
2025.03.20 00:00
27면
4 0


'딥시크' 기적은 공학 집중 지원
한국은 OECD 평균 60% 수준
세계 일류, 선택과 집중이 해답


딥시크 본사가 입주한 중국 항저우 오피스 빌딩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딥시크 앱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딥시크 본사가 입주한 중국 항저우 오피스 빌딩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딥시크 앱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의 고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중국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오픈AI의 챗GPT 신형 모델과 유사한 성능의 AI 모델을 20분의 1 수준 비용으로 개발하면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에 각국은 딥시크와 중국 AI 산업의 급속한 성장 배경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눈여겨볼 점은 중국 국내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젊은 인재들이 중국 AI 산업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을 비롯해 로봇 스타트업 '유니트리' 창업자 왕싱싱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는 중국 정부의 대학 교육에 대한 집중 투자가 결실을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1990년대 초부터 중국은 세계 일류대학을 육성한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잠재력 있는 대학을 선별해 집중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2006~2009년에는 논문 인용지수 상위 10% 학술지 논문 게재 실적 기준으로 세계 대학 상위 25위 내에 중국 대학이 한 곳도 없었으나, 2019~2022년에는 14개 대학이 포함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딥시크 등 주요 기술 스타트업 6곳, 일명 '항저우 6룡'의 본사가 있는 항저우시가 AI, 로봇 등 첨단 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항저우시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바바 본사가 위치한 곳이며, 세계적 명문 대학으로 급부상한 저장대학교도 자리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항저우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연구센터와 과학기술단지를 설립했으며, 저장대와 공동으로 첨단기술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 저장대 학생들에게 채용 기회를 제공하며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한편, 항저우시는 중국 내 최고 수준의 창업 지원 정책을 통해 청년 인재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창업 공간 제공, 창업자금 대출, 주거비 및 연구개발비 지원 등을 활용해 우수 인재 확보와 청년 창업을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AI 산업 육성 성공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중국이 지난 20년 동안 14개의 세계적 수준 명문 대학을 육성하고 공학 인재를 배출하는 동안, 한국의 대학 경쟁력은 정체됐으며 우수 인재들은 의대로 몰리고 있다. 중국은 잠재력 있는 대학과 학문 분야를 선별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쳤지만, 한국 정부의 대학 교육 투자 수준은 상대적으로 미흡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4에 따르면, 한국의 학생 1인당 고등교육(대학) 공교육비 지출액은 1만3,573달러로 OECD 평균의 66.2%에 불과하다. 지금이라도 잠재력 있는 대학과 학과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예산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항저우시 성공 사례를 참고해 지자체 차원의 창업 및 청년 인재 유치 지원 정책을 강화하고, 산학협력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연구 중심 대학이 있는 거점 도시들을 선정해 지역 벤처기업 육성 기관인 테크노파크와 산학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역 내 기업과 금융회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유망 스타트업을 선별하고 지원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지자체는 청년 인재 유치를 위한 주거비 및 창업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신기술 상업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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