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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는 더 이상 권력이 아니다?... 백설공주가 새하얗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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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는 더 이상 권력이 아니다?... 백설공주가 새하얗지 않은 이유

입력
2025.03.20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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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논란 디즈니 ‘백설공주’ 19일 개봉
‘눈보라 뚫고 태어나 강인한’ 인물로 해석
왕자는 도적단 두목으로… 흥겨운 뮤지컬

영화 '백설공주' 속 백설공주는 이전 백설공주들과 다르다. 강인한 인물로 스스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민중의 지도자로 우뚝 선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백설공주' 속 백설공주는 이전 백설공주들과 다르다. 강인한 인물로 스스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민중의 지도자로 우뚝 선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피부가 새하얗지 않다. ‘눈처럼 흰’이라는 기존 표현과는 배치된다. ‘굳이’라는 의문부호를 불러낼 만도 하다. 영화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흰색에 얽매이지 않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19일 개봉한 영화 ‘백설공주’는 주인공 피부색이 중요치 않음을 스스로 웅변한다.

이야기 줄기는 독일 그림 형제의 원작 동화와 고전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1937)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느 왕국에서 태어나 부모와 평화로운 세상을 일궈가던 백설공주(레이철 제글러)가 이야기의 무게중심을 잡는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사악한 새 왕비(갈 가도트)가 왕궁에 들어오면서 백설공주의 시련은 시작된다. 외적 아름다움을 권력의 동력으로 생각하는 왕비는 마법 거울이 세상 최고 미녀로 백설공주를 꼽자 시기하고 살해를 시도한다. 왕비의 음모에서 벗어난 백설공주는 마법의 숲에서 일곱 난쟁이를 만나 삶의 반전을 모색한다.

사악한 왕비는 외모에서 권력이 나온다고 여긴다. '세상 최고 미녀'에 집착하는 이유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사악한 왕비는 외모에서 권력이 나온다고 여긴다. '세상 최고 미녀'에 집착하는 이유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21세기에 맞춰 백설공주를 현대적 여성상으로 풀어낸다. ‘피부가 눈처럼 하얗다’는 백설공주에 대한 묘사는 ‘눈보라를 뚫고 태어나 강인하다’ 식으로 달라졌다. 하얀 피부의 우월성을 강조한 옛 표현을 피하기 위한 걸로 보인다. 영화 속 백설공주의 피부는 연한 갈색이다. 백설공주가 맞서 싸우는, 악의 상징인 왕비의 하얀 얼굴과 대조된다. 마치 백인우월주의와 외모 지상주의를 공격하듯이.

백설공주와 사랑에 빠지는 이는 왕자가 아니다. 숲속 도적단의 두목 조너선(앤드루 버냅)이다. 공주와 로빈 후드를 연상시키는 평민의 사랑은 지극히 21세기적이다. 백설공주가 왕비를 몰아내고 왕국을 통치하게 되는 과정 역시 21세기와 어울린다. 일곱 난쟁이는 백설공주를 돕지만 왕비의 죽음과 직접적으로는 관련 없다. 다양한 피부색의 백성이 ‘혁명’을 돕고, 왕비는 자멸한다. 역시나 현대적인 각색이다.

심성이 고운 백설공주는 사람들뿐 아니라 동물들과도 잘 어울린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심성이 고운 백설공주는 사람들뿐 아니라 동물들과도 잘 어울린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뮤지컬 영화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에 쓰인 곡들을 재활용하고, 새 곡을 더했다. 제글러의 가창력이 돋보인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2021)의 마리아로 정식 데뷔한 제글러는 자신의 장기를 뽐낸다. 그는 백설공주로 캐스팅된 후 원작 훼손 비난이 쏟아지자 “원작은 공주를 스토킹하는 왕자와 그런 왕자를 사랑하는 공주의 이상한 이야기”라고 말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격렬한 피부색 논란을 더 부추기는 꼴이 됐다. 제글러는 콜롬비아계 어머니와 폴란드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스라엘 출신 가도트의 발언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는 그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헤즈볼라의 인질이 된 이스라엘인 석방을 촉구했다가 반이스라엘 정서를 지닌 이들의 반감을 불렀다.

실사영화이기는 하나 일곱 난쟁이는 모두 컴퓨터그래픽(CG)에 기대어 만들어졌다. 이들이 서로 장난치듯 싸우거나 흥겹게 노래를 함께 부르는 장면들은 이 영화의 주요 볼거리 중 하나다. ‘500일의 썸머’(2010)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 등의 마크 웹 감독이 연출했다. 전체 관람가.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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