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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 황홀했다"… 처칠 생가서 황금변기 훔친 일당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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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 황홀했다"… 처칠 생가서 황금변기 훔친 일당의 최후

입력
2025.03.1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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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5년 만에 검거... 주범 이어 공범 2명 유죄 평결
이탈리아 작가 카텔란 작품… 작품값 90억원 상당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아메리카'. 황금변기 작품. 구겐하임미술관 홈페이지 캡처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아메리카'. 황금변기 작품. 구겐하임미술관 홈페이지 캡처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생가에서 475만 파운드(약 90억 원) 상당의 황금 변기를 훔쳐 판 일당이 범행 5년 만에 처벌을 받는다.

AP,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 형사법원 배심원단은 18일(현지시간) 마이클 존스(39)와 프레데릭 도(36)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영국 형사재판은 배심원단이 유무죄를 결정하는 평결과 판사가 형량을 선고하는 판결로 나뉜다. 두 사람은 각각 강도와 장물 이전 조력 혐의를 받고 있다.

영국 검찰에 따르면 존스는 2019년 9월 14일 처칠 전 총리의 생가인 영국 블레넘궁에 침입해 변기를 훔치는 데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당일 존스는 먼저 유죄 평결을 받은 주범 제임스 션(40)의 사주를 받고 다른 일당과 함께 블레넘궁에 창문을 깨고 침입했다. 이어 처칠이 태어난 방의 바로 옆방에 있던 변기를 대형 망치, 쇠지렛대 등으로 뜯어낸 뒤 훔친 차량에 싣고 도주했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고작 5분이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배관이 손상돼 궁전 내부가 침수되는 피해도 있었다.

이들이 훔친 황금 변기는 이탈리아 설치 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아메리카'다. 2016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처음 공개됐는데, 미술관 측이 2018년 "반 고흐의 그림을 빌려달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청을 받고 대신 이 작품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품은 2019년 9월 전시 장소를 영국 블레넘궁으로 옮겼다. 도난당하기 이틀 전이었다. 당시 변기는 475만 파운드짜리 보험에 가입돼 있었다.

카텔란은 도발적 작품으로 현대 사회를 풍자해온 작가. 그는 18k금(순금 함량 75%) 98㎏이 들어간 황금 변기를 "99%를 위한 1%의 예술"이라고 설명했고, 미술계에선 지나친 부(富)에 대한 조롱이라는 분석이 따랐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첫선을 보였을 때부터 관람객이 실제 사용하도록 허용한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했다.

존스는 범행 전날 블레넘궁에 방문해 변기를 직접 사용해 봤다며 "황홀한(splendid) 경험"이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면밀한 사전 계획 아래 수행된 대담한 습격"이라며 "다만 범인들이 조심성은 떨어져서 법의학적 흔적, 폐쇄회로(CC)TV, 휴대전화 기록 등의 형태로 증거를 남겼다"고 말했다.

범인들은 모두 붙잡혀 유죄 평결을 받았지만 장물인 황금 변기의 행방은 묘연하다. 검찰은 일당이 황금을 조각 내서 녹인 후 보석상들에게 팔아 현금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비록 도난당한 금은 회수하지 못했지만, 이번 기소로 더 광범위한 범죄와 자금세탁망을 와해하는 데 일조했다"고 자평했다. 절도에 직접 가담하진 않았지만 장물 운반을 도운 도는 오는 5월 형량을 정하는 재판이 예정돼 있다. 다른 두 공범의 재판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정혜원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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