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벼룩시장 열고 성금 마련
100번 버스에 “올 한해 부착”
고등학교 학생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기억하고 역사의 교훈으로 삼자는 버스 광고를 해 주변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최근 충남 공주시 도심을 지나는 100번 버스에 ‘평화의 소녀상’과 ‘잊으면 지는 거니께’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색 광고가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문구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아픔을 담은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주인공이 세상을 향해 외친 절규다.
광고에는 작은 글씨로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됩니다. 할머니들의 아픔을 함께 기억해요. 우리!’라고 적어 점점 기억에서 사라져가는 우리의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이 광고는 공주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자율활동의 하나인 ‘빛깔 있는 학급별 창의 주제 활동’에서 나온 제안을 현실화한 것이다. 한 학생이 “일제, 위안부, 독도문제 등 역사인식에 대해 고민해 보자”고 제안했고 논의 끝에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뜻있는 일을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하던 학생들은 위안부 할머니 관련 광고를 제작해 시내버스에 붙이기로 결정했다.
김태원(2학년)군은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기억하고 할머니들을 응원하는 것이 후손의 도리인 것 같다”며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과 뜻을 모으자는 의미에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용이 문제였다. 학생들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교내 벼룩시장을 열고 위안부 배지를 팔아 성금을 모으기로 했다. 취지에 공감한 학생과 교직원들이 책과 옷, 학용품, 가전제품, 만년필 등을 기부해 순식간에 200여점이 모였다. 이들 물품으로 지난해 11월 도서관 앞에서 벼룩시장을 열어 60여만원을 모았다.
학생들은 수익금으로 위안부 배지 400개를 구입하여 벼룩시장에 물품을 기부한 학생, 교사 등에게 감사의 표시로 200개를 선물했다. 나머지 200개는 교내와 이웃 학교 등에 팔았다. 이 과정에서 남은 돈은 38만원. 이 돈의 활용방법을 고민하던 학생들은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버스광고를 기획했다.
학생들은 시청의 소개로 시내버스 광고대행사를 찾아가 사정을 얘기하고 한 달 만이라도 광고를 붙여 달라고 부탁했다. 업체 대표 김강철(51)씨는 “학생들의 뜻이 너무 기특해 가져온 도안을 바탕으로 광고를 제작해 붙였다”며 “한 달 계약이지만 올 한해 붙여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기리는 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구광조 교감은 “학생들이 위안부 할머니 광고 시즌2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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