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절차 강조, 美 우려 불식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는 빠져
트럼프, 트집 잡을 명분 마땅찮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미간의 갈등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점차 사그라지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적 절차를 거론하면서도, 사드 배치 자체를 번복하지는 않겠다고 거듭 강조하며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더 이상 사드 배치 지연을 빌미로 트집잡을 명분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29일(현지시간) 한미 정상 만찬 직후 브리핑에서 “양국의 현안이 대부분 다 논의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사드 문제도 포함됐다는 의미다. 만찬에서는 문 대통령이 먼저 사드 배치 과정을 간략히 설명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양해를 구하는 수준의 대화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확약을 하기 위해 그 동안 청와대가 검토해오던 사드 배치의 데드라인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본보 6월 23일자 2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은 사드 문제는 집중 부각시키지 않았다. 백악관은 앞서 28일 “사드는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일찌감치 한발 물러섰다. 껄끄러운 주제를 가급적 피하면서 우리 측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제스처다.
실제 문 대통령은 미국에 도착한 이후 사드 배치에 대한 미국 측의 의구심을 해소하고 공감대를 넓히는데 부쩍 공을 들였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에 앞서 미 상ㆍ하원 의회 지도부와 잇따라 면담을 갖고 “한국은 미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이므로 민주적ㆍ절차적 정당성은 꼭 필요하다”며 “저나 새 정부가 사드 배치를 번복할 의사를 갖고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에 앞서 환경영향평가 등을 제대로 거치는 것이 미국의 자긍심인 민주주의에 부합한다는 점을 역으로 부각시켜, 미 정부가 시비 걸만한 소지를 원천 차단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사드는 한미동맹에 기초한 합의이고, 주한미군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전 정부의 합의라고 해서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는 점을 수 차례 공언해왔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 결정을 한미동맹 60여 년의 주요한 이정표로 치켜세운 셈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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