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1도 오를 때마다 사망률 16% 늘어
채소는 많이 먹고, 운동 강도는 낮춰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찜통 더위다. 서울 등 전국 곳곳에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가 발령되고 있다. 폭염주의보는 낮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에서, 폭염경보는 낮 최고 기온이 35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올여름은 ‘역대급’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고 기상 관계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폭염은 극한 기상 현상 중에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올 정도로 위험하다. 게다가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더 위협적이다. 이 때문에 폭염인 날씨에는 낮에는 되도록 바깥 활동을 삼가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더위를 이길 수 있다.
◇기온 29도 넘으면 건강 악영향
의학적으로 기온이 29도를 넘으면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국립재난안전연구원ㆍ국립기상연구소 조사). 이 때문에 폭염에 취약한 사람은 29도 이상일 때부터 더위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냉방시설이 없는 실내에서 생활하는 고령인 △논밭 등 야외에서 일하는 고령인 △임신부 △어린이ㆍ청소년 △심혈관질환자 등이 폭염에 취약한 사람이다.
서울에서 낮 최고 기온이 29도 이상일 때 기온이 1도 더 오르면 사망률이 15.9%나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박혜숙 이화여대 의대 예방의학교실ㆍ이원경 인하대병원 예방관리과 교수팀이 1991~2012년 서울과 부산 등에서 폭염이 사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대한의학회지(JKMS)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다.
또한 여름철에 기온이 1도 오르면 국내 지역별로 뇌졸중 사망자가 2.3~5.4%까지 증가한다. 갑자기 심장이 멎는 급성 심정지 발생률이 1.3%씩 늘어난다. 오세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ㆍ강시혁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이 2006~2013년 서울 등 6개 광역시에서 급성 심정지 환자 5만318명을 분석한 결과에서다.
◇머리가 띵하다면 혹시 온열질환?
고온에 노출돼 생기는 대표적인 온열질환은 일사병과 열사병이다. 일사병은 고온에 노출돼 심부(深部) 체온이 37~40도로 올라가면서 탈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흔히 ‘더위를 먹었다’고 말한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어지럼증ㆍ두통ㆍ구역감 등의 증상이 생기면 빨리 그늘진 곳으로 가서 쉬어야 한다.
열사병은 심부 체온이 40도를 넘으면서 발작ㆍ경련ㆍ의식 소실 등 중추신경계 기능 이상이 나타나는 병이다. 냉방이 되지 않은 밀폐 공간(자동차 내부 등)에서 흔히 생긴다. 김선영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체온조절 중추가 외부의 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서 생기는 열사병으로 인해 뇌ㆍ심장ㆍ콩팥 등이 손상될 수 있다”고 했다.
열사병 증상은 의식 변화가 나타나기 전에 무력감ㆍ현기증ㆍ울렁거림ㆍ두통 등을 호소한다. 빈맥(頻脈)ㆍ저혈압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생겼을 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의식이 점점 사라지고, 순환계 기능 약화, 맥박 불규칙이 나타나고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생기면 빨리 차가운 수건과 선풍기, 에어컨 등으로 체온을 낮춰야 한다.
열사병을 예방하려면 기온이 크게 올라가는 한낮에는 야외활동을 삼가야 한다. 갈증이 생기지 않아도 평소 수분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 다만 커피ㆍ에너지드링크 등 카페인이 든 음료와 술은 탈수를 일으킬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폭염으로 생기는 질환 가운데 냉방병도 무시할 수 없다. 냉방병에 걸리면 가벼운 감기나 몸살 같은 증상 외에도 비특이적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혈액순환장애ㆍ소화불량ㆍ설사ㆍ피로감 등이 생길 수 있고, 여성은 생리통이 심해지거나 생리불순이 나타날 수 있다.
냉방병을 예방하려면 실내 온도 조절을 잘해야 한다. 실내 온도는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조절한다. 에어컨 온도는 바깥보다 5~8도 정도만 낮게 설정하는 것이 좋다. 담요나 긴 소매 겉옷을 준비해 찬바람이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채소는 많이 먹고, 운동 강도는 줄이고
체온을 잘 조절하려면 우선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물은 갈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의도적으로 마셔야 한다. 갈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면 이미 몸무게의 3% 이상 수분이 손실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는 “무더위로 땀을 흘리면 땀으로 소금이 많이 빠져나갔다고 여겨 소금을 먹는 사람이 있는데 피부에 소금기가 하얗게 낄 정도로 땀을 흘려도 소금을 별도로 섭취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덧붙여 전해질 보충도 빼먹지 말아야 한다. 더위로 땀을 많이 흘리면 물 외에도 나트륨ㆍ칼륨ㆍ칼슘 등 전해질이 몸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하루 1.5L 이상 물을 섭취하고 전해질도 그만큼 보충해야 한다.
전해질은 채소ㆍ과일에 많이 함유돼 있다. 당도가 높은 수박ㆍ체리보다 오이ㆍ토마토ㆍ배 등 수분이 많고 단맛이 덜한 종류가 좋다. 식사할 때 약간 짭짤하게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운동은 필요하지만 운동량이나 강도를 늘리다간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운동은 평소보다 강도를 10~20% 낮추고, 1시간 내외로 줄여야 한다. 운동하다가 자칫 혈압이 치솟거나, 수분ㆍ전해질이 많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지방ㆍ고칼로리 음식도 삼가야 한다. 기온이 크게 오르면 말초혈관은 확장하지만 소화기 혈관은 오히려 수축한다. 우리 몸은 혈액을 피부로 보내 땀 분비를 늘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소화기능이 떨어질 수 있고, 심하면 염증성 장질환 등이 생길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여름철 더위 건강하게 이기는 법>
-낮 12시~5시에 야외활동이나 작업을 피한다.
-외출 시 가볍고 밝은 색의 헐렁한 옷을 입는다.
-현기증ㆍ메스꺼움ㆍ두통 등이 생기면 그늘에서 쉰다.
-체온이 올라가면 입은 옷을 벗고, 샤워하고 부채ㆍ선풍기 등으로 몸을 식힌다.
-식사는 가볍게 하고 평소보다 물을 자주 마신다.
-에어컨ㆍ선풍기 등은 환기가 잘 되도록 하면서 사용한다.
-무더위 관련 기상 뉴스를 주의 깊게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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