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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서정시인 송수권, 봄날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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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서정시인 송수권, 봄날 떠나다

입력
2016.04.0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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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권 시인. 리토피아 제공
송수권 시인. 리토피아 제공

향토 서정시를 대표하는 송수권 시인이 4일 낮 12시 40분 폐암으로 별세했다. 76세.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시인은 순천사범학교와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나와 1975년 ‘문학사상’에서 시 ‘산문에 기대어’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1960년대 초반부터 남해안 일대 도서지방에서 교사로 활동했으며 2005년 8월 순천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퇴임했다. 문공부예술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김달진문학상, 김동리문학상, 서라벌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고인은 종래 한국 서정시에 내재돼 있던 부정적 허무주의를 남도의 서정으로 극복하고 민족적ㆍ역사적 힘으로 부활시켰다고 평가 받는다. 시집 ‘꿈꾸는 섬’ ‘아도’ ‘새야 새야 파랑새야’ ‘자다가도 그대 생각하면 웃는다’ ‘별밤지기’ ‘시골길 또는 술통’ 등을 남겼다. 산문집으로는 ‘다시 산문에 기대어’ ‘사랑이 커다랗게 날개를 접고’ ‘만다라의 바다’가 있다. 시인의 고향인 전남 고흥군은 지난해부터 송수권 시문학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

유족은 부인과 1남 2녀, 빈소는 광주 서구 매월동 천지장례식장. (062)527-1000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아내의 맨발 /송수권

-갑골문 甲骨文

뜨거운 모래밭 구멍을 뒷발로 파며

몇 개의 알을 낳아 다시 모래로 덮은 후 바다로 내려가다 죽은 거북을 본 일이 있다 몸체는 뒤집히고 짧은 앞 발바닥은 꺾여 뒷다리의 두 발바닥이 하늘을 향해 누워있었다

유난히 긴 두 발바닥이 슬퍼 보였다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 마취실을 향해 한밤중 병실마다 불꺼진 사막을 지나 침대차는 굴러간다얼굴엔 하얀 마스크를 쓰고 두 눈은 감긴 채 시트 밖으로 흘러나온 맨발

아내의 발바닥에도 그때 본 갑골문자들이 수두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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