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등 철회 움직임 ‘발등의 불’
더민주도 車사업 유치 문제 민감
20대 국회 개원 초기 두 야당이 ‘삼성’에 상반된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 호남의 현안인 새만금 사업과 자동차 전장사업 유치에선 삼성에 ‘구애’하는 입장이다. 반면 재벌 특혜를 비판해온 정책 측면에서 삼성을 향한 ‘회초리’를 준비 중이다. 호남이 지역지반인 국민의당에서 더 적극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과 재계는 정치와 정책을 구분하지 않고 ‘현안 해결’에 나선 게 아닌지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야권이 삼성과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단군 이래 최대 단일 사업이자 전북의 현안인 새만금 개발 사업 문제다. 삼성은 당초 7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지만, 지난달 30일 전북도청에서 이 같은 방침을 철회할 뜻을 내비쳤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4ㆍ13 총선에서 전북 10개 지역구 중 7곳을 석권하며 맹주로 떠오른 국민의당이다. 당 지도부는 이달 1일 최고위원회를 통해 “삼성은 당초 약속한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라”고 공개 촉구했고, 전북도당은 “정치 문제가 아닌 국가적 미래가 걸린 사업”이라며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에 공동대응을 요청했다. 지난 달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국민의당으로선 새만금 문제까지 장기화하면 당 지지의 핵심인 호남 민심 악화가 불 보듯 뻔하다.
더민주는 삼성의 자동차 전장산업의 광주 유치 숙제에 민감하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삼성전자 전장 핵심 사업부를 광주에 유치하면 5년간 2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며 밝힌 약속 때문이다. 광주시의 삼성과 협상은 성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지역구 8곳을 모두 차지한 국민의당 역시 다급하긴 마찬가지다. ‘삼성 유치’ 실패로 광주 민심이 이반하면 당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위험이 크다.
삼성의 ‘돈줄’이 절실한 두 야당은 한편으로 삼성을 겨냥한 재벌개혁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호남 장악력 유지가 관건인 국민의당이 적극적인 모양새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채이배 의원을 중심으로 재벌의 공익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 등을 발의할 계획이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사태 당시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서울병원을 지배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져 비판 받은 것을 다시 쟁점화하는 것이다. 채 의원은 “삼성을 겨냥한 법이 아니다”며 “국민의당은 새만금 문제 해결에 정치적으로 집중하는 것과 별개로 경제정의 실현을 위한 입법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국민의당이 사실상의 삼성 때리기를 통해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민주 역시 지난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일명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 등 재벌개혁 관련 법안들을 20대 국회에 재발의하는 방식으로 삼성 압박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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