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생산량 감축 목표를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펼쳤던 석유개발국기구(OEPC) 회원국들이 3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하루 120만 배럴 감산에 합의하면서 연말 유가 랠리가 시작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8년만에 이뤄진 이번 감산 합의는 저유가로 인해 남미 산유국들의 경제가 회복 불능 상태 직전까지 주저앉는 등 현실화한 저유가 위협을 무시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작용했다.
9월 알제리 합의 이후 줄곧 정식 합의 가능성이 작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까지 밀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OPEC 주요 산유국들의 이해가 맞으면서 극적 합의에 도달했다.
중동의 앙숙인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은 이날 테이블에 앉기 전까지 구체적인 감축 계획을 놓고 이견을 보였으나 감산이 불가피하다는 점에는 어느 정도 의견을 공유했다는 분석이 많다.
사우디는 올해 4월 탈석유화 경제 정책을 발표하면서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를 상장시켜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람코를 높은 주가에 상장하려면 2014년의 절반 수준에서 맴도는 원유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결국 감산 밖에는 선택지가 없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이날 OPEC 회의 시작 전 제재 이전 수준의 원유 생산량을 유지하겠다는 이란의 뜻을 어느 정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란과 이라크는 각각 경제 제재와 전쟁으로 노후했거나 파괴된 생산 시설을 복구해야 하는 상황인데 오히려 저유가가 발목을 잡고 있었다.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이달 23일 바그다드에서 기자들에게 원유 생산량을 줄여 가격을 부양하려는 OPEC의 방침에 부응해 자국의 산유량을 줄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가 1달러만 올라도 이라크가 연간 10억 달러의 수익을 더 올릴 수 있다며 감산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세부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감산 합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북해 브렌트유는 이날 8% 상승한 50달러 선에 거래됐다.
OPEC 감산량이 하루 100만 배럴을 넘어서면 원유 시장에서 초과 공급분이 상당 부분 상쇄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가는 배럴당 60달러대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시장전문가들은 내다봤다.
TD증권의 바트 멜렉 애널리스트는 이번 주 주간보고서를 통해 감산 안이 통과되면 국제유가는 내년에 배럴당 60달러대로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미국이 셰일 가스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릴 경우 감산 효과가 상쇄되면서 유가 상승 폭을 줄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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