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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윈 허블

입력
2016.11.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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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11.23

에드윈 허블이 1924년 오늘 자신이 처음 본 드넓은 우주를 세상에 소개했다.
에드윈 허블이 1924년 오늘 자신이 처음 본 드넓은 우주를 세상에 소개했다.

모든 별들이 우리 은하 안에 다 담겨 있다고 믿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엔 우주가 곧 직경 10만 광년의 우리 은하(Milky Way Galaxy)였다.

은하 너머에 또 다른 은하가 있다는 사실, 우리 은하 안의 성운(nebula)이라 알던 안드로메다가 아주 먼 별개의 은하라는 사실이 1924년 11월 23일자 뉴욕타임스를 통해 처음 세상에 공개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윌슨천문대의 35세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의 관측 결과가 과학 잡지나 학회지도 아닌 일간지에, 그렇게 처음 실렸다. 허블은 이듬해 1월 미국천문학회에서 자신의 관측 결과를 논문 형태로 공식 발표했다.

허블은 22~23년 윌슨천문대의 100인치 망원경으로 안드로메다를 관측하다 사진에서 신성으로 보이는 흠집들을 발견, 그 중 하나가 세페이드 변광성임을 알아냈다.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세페이드 변광성은 변광 주기와 광도의 관계가 정확해 별이나 성단, 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표준 광원으로 쓰이는 별. 허블은 안드로메다가 우리 은하의 직경보다 훨씬 먼 90만 광년(이후 계산으로는 220만 광년) 너머에 있는 독립 은하라는 사실을 확인, 닫힌 문을 열고 우주 공간을 현기증 나게 확장했다. 이후 천문학자들은 하늘의 별만큼 많은 은하들을 식별해냈다.

허블이 처음 본 그 넓은 우주가, 가만히 있지도 않고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도 허블이었다. 5년 뒤인 1929년과 31년 허블은 관측 가능한 은하들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고 팽창 속도는 거리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입증, 우주가 빅뱅으로 생겨났다는 가설에 힘을 보탰다. 이 거대한 우주가 약 138억년 전 한없이 작은 한 점이 폭발하면서 비롯됐다고 보는 빅뱅 가설은 태초의 폭발 흔적이라는 우주배경복사가 1960년대 관측되면서 정설이 됐다.

과학자들은 빅뱅 이후 생성된 은하가 지구인이 관측할 수 있는 우주에만 약 1,700억 개가 존재하고, 또 그것들이 점점 느려지거나 일정한 속도로 멀어지는 게 아니라 암흑에너지라는 정체 모를 힘에 떠밀려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우주의 크기를 알고자 했던 인류는 그렇게 점점 더 깊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하나의 앎을 통해 수많은 질문들을 만들어내면서 신나 하는 과학자들의 심술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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