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에 관심 집중
에이즈 퇴치 등 대외활동도 활발
"시 주석이 가려진다" 원로들 불만도
1987년 9월 당시 시진핑(習近平)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시 부시장의 결혼식에 펑리위안(彭麗媛)이 등장하자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인민해방군 총정치부 가무단 소속의 초대형 스타로 국민가수인 그녀를 모르는 중국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하객들은 그녀가 축가를 부르러 온 것이냐고 물었다. 그때 시진핑이 “나의 신부”라고 소개했다. 당시만 해도 펑리위안이 훨씬 유명해 시진핑은 ‘펑리위안의 남편’으로 소개됐다.
3일 시 주석과 함께 방한하는 중국의 ‘디이(第一)부인’(퍼스트레이디)인 펑 여사는 미모와 재능을 겸비, 중국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산둥(山東)성 출신인 그는 18세부터 인민해방군 가무단의 일원으로 노래를 불렀고, 82년 관영 CCTV의 ‘춘제완후이‘(春節晩會ㆍ설날 특집 프로그램)에 고유의 민족 성악을 대표하는 가수로 출연하며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지금도 그는 인민해방군 가무단 예술감독이고, 군에서는 장성(우리의 준장)급 대우를 받는다.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 친선대사이자 중국 위생부 에이즈예방선전위원회 위원인 펑 여사는 에이즈 퇴치를 위한 활동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펑 여사의 모습은 그 동안 밖으로 거의 드러나지 않았던 중국의 역대 퍼스트레이디들과 대조되는 것이다. 펑 여사는 시 주석 취임 이후 해외 순방마다 동행하며 중국의 문화를 알리는 데 1등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카리브해의 트리니다드토바고를 방문했을 때는 현지 단원들이 자신의 노래를 부르며 환영하자 함께 북채를 잡고 노래를 해 화제도 됐다.
뛰어난 패션 감각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를 비롯 어느 나라 퍼스트레이디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가 입고 나온 옷이나 핸드백은 곧바로 품절되기 일쑤다. 그러나 일부 당 원로들은 펑 여사의 빛에 시 주석이 가린다며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에 중국의 소프트 파워를 과시하며 중국인의 긍지를 높여주고 있는 펑 여사가 퍼스트레이디 자격으로 방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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