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직접적으로 찔렀죠?” 배우 유아인은 가수 김윤아가 지난달 29일 낸 신곡 ‘키리에’가 공개되기 약 2주전 곡을 미리 듣고 김윤아에 질문을 던졌다. 가슴이 찢어질 듯한 고통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노랫말을 두고 “내가 아는 김윤아는 은유와 비유를 굉장히 좋아하는 데…”라는 의문이 들어서다.
유아인의 말처럼 김윤아가 6년 만에 낸 신곡은 ‘쉴 새 없이 가슴을 내리치는 이 고통은 어째서 나를 죽일 수 없나’라는 노랫말로 처절하게 시작한다. 제목도 비장하다. ‘키리에’는 가톨릭 미사 도중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짧은 기도를 일컫는 말이다. 상실과 그로 인한 고통을 비장하게 읊조린 ‘키리에’는 자연스럽게 ‘세월호 상처’를 떠올리게 한다. 김윤아는 물 속에 가라 앉는 자신의 모습을 솔로 음반 재킷 사진으로 썼다. 세월호 참사와 뗄 수 없는 물, 물이 지닌 이미지를 통해 슬픔을 은유한다.
김윤아의 신곡이 공개된 멜론 등 음원사이트에는 ‘아, 세월호… 그 아이들이랑 나이가 같아서 그런지 그날이 너무 생생하다. 공부하고 집에 돌아오던 공원길에서 안개가 너무 껴서 ‘오늘 날 왜 이렇게 무섭지’라고 하면서 집에 왔더니, 뉴스를 보고 있는 엄마가 울고 계셨다. 얘들은 무사하겠지라며 했던 그날이 너무 생생하네…’(뿌려먹는치즈) 등 세월호와 연관 지은 감상평이 적지 않게 올라왔다. 김윤아는 ‘키리에’가 치유되지 않은 타인의 고통을 위한 곡이라 설명한다. 김윤아는 소속사인 인터파크INT를 통해 “음악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일”이란 곡 설명을 전했다. ‘키리에’가 세월호 사건을 염두에 두고 쓴 노래라고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청취자들의 자유로운 해석에도 다양한 해석의 길을 열어둔 것이다.
기억해야 치유 된다… 세월호 2주기 맞아 대중문화 ‘노란 물결’
대중문화가 ‘노란색 비명’으로 가득하다. 지난달 세월호 참사 2주기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요를 비롯해 드라마 등에서 세월호 사건의 아픔을 보듬고 그 원인을 꼬집는 콘텐츠가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이승환이 지난달 낸 신곡 ‘10억 광년의 신호’는 세월호 희생자를 향한 그리움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그는 ‘우리 이제 집으로 가자. 그 추운 곳에 혼자 있지마’라며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한다.
배우 박신양은 방송 중인 KBS2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우리는 몇 년 전 침묵을 하면 모두 함께 가라 앉는다는 사실을 함께 겪었다”며 직설적으로 세월호란 시대의 상처를 들춘다. tvN 금토드라마 ‘기억’은 슬픔의 망각을 저주하며 ‘기억해야 치유된다’는 메시지를 묵직하게 던진다. 사고 수습 문제 등 논란의 불씨는 여전한데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덮으려고만 하는 이들에 대한 일갈이다. 극중 교통사고로 아들을 잊은 나은선(박진희)판사는 노란색 ‘세월호 기억 팔치’처럼 아들이 남기고 간 팔찌를 자신의 손목에 찬 뒤 전 남편 박태석(이성민) 변호사에 “잊지 말아야 한다”고 울부짖는다.
아물지 않은 상처… ‘무도-젝스키스 편’ 등 ”노란색만 봐도 울컥”
사건이 벌어진 지 2년이 흘렀는데도 대중문화에 세월호 이슈가 여전히 화두인 이유는 아직도 그 상처가 아물지 않아서다. 해결되지 않은 사건과 치유되지 않은 상처는 아픔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묻히지 않는 기억은 일상을 지배하기도 한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 젝스키스가 16년 만의 컴백 무대를 보여주자 일각에서는 ‘세월호 추모 기획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젝스키스의 상징색은 세월호 추모의 뜻이 담긴 노란 리본과 같은 색이다. 제작진이 젝스키스의 컴백 공연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에 꾸려, 많은 이들에 ‘노란 물결’을 보여주며 세월호를 간접적으로 추모하려 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예능프로그램에 나온 노란 풍선에까지 의미를 둬 세월호의 아픔을 달래보고 싶은 절박감의 발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는 국민들에게 큰 트라우마였고, 추모의 상징인 노란색 리본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며 “젝스키스의 상징색이었다고 해도 노란색이 지닌 세월호 이미지가 강해 사람들이 그 색에서 심리적 위안을 찾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혜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세월호 참사는 미국의 9·11테러처럼 시대를 관통하는 큰 상처인데다 여전히 갈등의 소지가 남아 있어 앞으로도 꾸준히 대중문화를 통해 그 상처가 환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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