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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평양 한복판서 간부가 ‘삐라’ 살포… 北 핵심층 체제 이탈 징후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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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평양 한복판서 간부가 ‘삐라’ 살포… 北 핵심층 체제 이탈 징후 뚜렷

입력
2016.09.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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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제재로 각 기관 자금경색… 간부들 상납급 압박에 시달려

중국에선 자살 고민ㆍ탈북 자문 이어져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제9차대회의 일환으로 진행된 청년 결의대회가 지난달 30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제9차대회의 일환으로 진행된 청년 결의대회가 지난달 30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정권’을 떠받치는 노동당 전ㆍ현직 간부들이 평양에서 반체제 유인물(삐라)을 뿌리는 등 불만을 외부로 표출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포통치에 대한 불안감과 대북 제재에 따른 자금난으로 당 간부들의 불만이 쌓이면서 북한 핵심층의 체제 이탈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4일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당 간부들이 모여 사는 평양에서 지난해부터 ‘삐라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초 한 전직 노동당 간부가 ‘개XX, 왜 우리는 못사는가. 평생을 노력했는데 모두 속았다’고 쓴 종이를 평양의 공공 장소에 구겨 던지고 달아났다가 검거됐다.

지난해에는 김정은 체제를 비방하는 삐라가 서평양역 주변에서 무더기로 발견돼 평양이 발칵 뒤집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공안요원들이 총동원돼 수사에 나섰지만 범인을 검거하지 못했다가 부인의 신고로 전직 간부의 소행임이 드러났다”며 “부인이 잠결에 남편의 잠꼬대를 듣고는 가족 모두 처벌 받을 게 두려워 남편을 신고했다”고 전했다. 북한 엘리트층이 모인 평양에서 삐라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체제 불만이 핵심층으로 번지고 있다는 징후다.

이는 대북 제재 여파로 각 기관마다 자금난이 심각해지는데 반해 상납금 압박은 가중되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북한의 각 기관이 올해 들어 운영 자금이 바닥나 일부 기관은 아예 출퇴근 버스까지 중단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의 한 중견 간부는 “(출퇴근 버스 중단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없던 일이다. 인민의 삶과는 전혀 상관도 없는 여명거리 공사 같은 것이나 벌이면서 자꾸 쥐어짜기만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대북 소식통은 전했다.

특히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에 파견 나온 북한 간부들이 궁지에 몰리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간부들이 상납금 마련을 위해 중국 측에 주기로 한 대금에도 손을 대 중국업체가 항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며 “매일 중국업체로부터 싫은 소리를 듣는데다 평양의 독촉에 시달리다 보니 자살까지 고민하거나 탈북을 자문해오는 간부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 같은 압박으로 지난해 여름 베이징에 파견된 군수공업부 소속 한 기관장이 유서를 쓰고 옥상에서 투신 자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이 이런데도 최근 김용진 내각부총리 처형에서 보듯 공포 통치는 강화돼 당 간부들이 재중 사업가 등 외부 인사들에게 ‘최고 존엄’인 김 위원장에 대한 불만도 노골적으로 터뜨리고 있다. 북중 국경인근의 한 현직 간부는 “장군님(김정일)은 뇌물을 받아도 이해해줬는데, 나이 어린 놈(김정은)이 뭘 안다고 조금만 눈밖에 나면 고사총으로 처형하며 간부들을 모두 죄인 취급해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른 간부는 “외국에서 학교도 제대로 졸업했는지 알 수 없는 어린 놈이 툭하면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려 재수가 없다”고 했고, 대남 공작기관 소속 간부도 “예전 같으면 수령님을 믿고 남한과 한판 해볼만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누가 목숨 걸고 혁명을 하겠느냐”며 치를 떨었다고 중국 소식통은 전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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