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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 얼음... 겨울을 조각하다

입력
2016.01.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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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발자국이 그려낸 물결ㆍ동그라미…

도심 골목길ㆍ산책로는 ‘판타지 세상’

손톱만한 동그라미가 하얀 눈 위에 규칙적으로 늘어서 있다. 떡살로 찍어낸 듯 고운 모양에 이끌려 다가가 보니 이번엔 물결 무늬가 도드라진다. 바로 옆에선 벌집 모양 패턴이 차가운 바닥을 수놓고 있다.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어설프게 쌓인 눈 위로 제법 선명하게 찍힌 발자국들이 보면 볼수록 흥미롭다. 특이한 모양을 발견할 때마다 고대 유물이라도 발굴하듯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보도블록 위에 나뒹구는 겨울왕국의 흔적을 향해 휴대폰을 들이대고, 찰칵!

지난 13일부터 닷새간 인적 드문 도심 골목길이나 그늘진 산책로에 남은 눈 발자국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세상엔 얼마나 많은 종류의 신발과 바닥 무늬가 존재하고 있을까. 뽀드득뽀드득, 크기도 종류도 제 각각인 발자국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다양한 패턴과 신기한 무늬들이 숨겨져 있었다. 신발 밑창에 눌려 움푹 들어간 부분은 먼저 녹으면서 더 강렬한 인상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흰 눈 위의 발자국은 자연과 문명이 맞닿아 새겨낸 천연 조각상이었다.

도심을 벗어나면 귓볼이 떨어져 나갈 만큼 칼바람이 매서웠다. 동장군이 부리는 순간냉동의 마법이 관악산 기슭의 개울가와 들판 구석에 남은 가을의 흔적을 꽁꽁 가두었다. 이름 모를 열매와 나뭇잎을 감싸며 흐르던 시냇물은 갈색과 연두, 푸른빛으로 얼어 붙어 있었다.

관악산 기슭의 개울가ㆍ들판에는

연두ㆍ푸른빛 얼음 속 ‘가을 꽁꽁’

내일은 대한(大寒)이다.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는 속담과는 달리 이번 추위는 다음주 초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유난히 눈이 적어 낭만마저 줄어든 마당에 찾아온 한파가 달갑지 않다. 가뜩이나 좁아진 어깨를 더욱 움츠리게 만들지만 더 늦기 전에 겨울의 무늬와 색을 찾아 나서 보자. 눈과 얼음 속에 숨겨진 보물들을 한 장 한 장 휴대폰으로 찍어 모으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늘 추위는 매섭지만 겨울은 벌써 끝나가고 있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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