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00여일 전 급성심근경색으로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stent) 시술을 받았다. 스텐트는 혈관의 다양한 크기에 맞게 얇은 금속으로 제작된 원통 모양의 그물망이다. 스텐트 시술이 필요한 대표적인 질환은 심장동맥이 막히는 심근경색과 심장동맥이 좁아지는 협심증이다. 유럽에서는 매년 남자 6명 가운데 1명(16%), 여성 7명 가운데 1명(15%)이 급성관상동맥증후군으로 사망한다. 정남식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연세대의료원장)는 “급성관상동맥증후군은 인구 노령화로 발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질병”이라고 했다. 이 같은 급성관상동맥증후군 치료에 스텐트가 널리 쓰이고 있다. 몸 안에서 저절로 분해되는 스텐트가 나오는 등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약물 방출 스텐트가 주종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시술(혈관 내 혈전이 쌓여 좁아진 부분을 넓혀져 혈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시술)이 1977년 도입된 이래 스텐트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초기 중재시술은 환자 다리의 동맥을 약간 절개한 뒤 가느다란 와이어를 삽입해 혈관의 막힌 부위를 뚫어 주는 풍선확장술이었다. 막힌 혈관을 뚫기 위한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하지만 시술 받은 환자의 30~40%에서 협착이 다시 생겼다.
그래서 1994년 작은 금속망 튜브로 막힌 혈관을 떠받쳐 주는 순수 금속 스텐트가 도입됐다. 1990년대 후반까지 80% 이상을 이 시술로 했다. 하지만 스텐트시술 이후에도 재협착률이 20%나 됐다.
이 때문에 미국 과학자들은 2003년 약물 방출 스텐트를 개발했다. 이 스텐트는 면역억제제나 세포증식억제제 등 재발 억제 약물을 금속 스텐트 표면에 바른 뒤 코팅한 것이다. 스텐트를 혈관에 넣으면 약물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흘러나와 시술 후 세포 증식으로 인해 혈관이 다시 좁아지는 것을 막는다. 약물 방출 스텐트 덕분에 재발률은 10% 미만으로 크게 줄었다. 최근에는 스텐트 시술 적용 범위가 늘어 작은 혈관이나 긴 병변, 분지 병변 등 복잡한 병변 치료에도 사용되고 있다. 현재 국내 관상동맥중재술의 거의 다 약물 방출 스텐트를 사용하고 있다.
생분해되는 신 개념 스텐트도 나와
국내에서 쓰이는 약물 방출 스텐트는 애보트의 자이언스V와 보스턴 사이언티픽의 택서스, 존슨앤드존슨메디컬의 사이퍼, 메드트로닉의 엔데버 등이다. 이 같은 약물 방출 스텐트는 재협착률은 낮지만 철망이 닿는 혈관 내벽 부분에서 혈전이 생겨 시술 받은 환자는 혈전용해제를 1년 이상 먹어야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애보트는 세계 최초로 생체흡수형 약물방출 혈관 스텐트인 앱소바(Absorb)를 내놓았다. 생체 흡수형 소재인 폴리락타이드로 만들어진 앱소바는 기존 금속 스텐트와 비슷하게 심장으로 가는 혈류를 정상적으로 복원시켜 주며, 이후 체내에 자연스럽게 흡수된다. 따라서 몸에 영구적으로 남는 금속 스텐트와 달리 치료된 혈관이 훨씬 더 자연스럽게 정상적으로 기능하도록 해준다.
지난해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13 미국심장학회 제62차 연례과학회의에서 앱소바가 장기적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앱소바는 현재 60여개국에 출시돼 6만여 명의 환자 치료에 쓰였다. 국내에서는 내년 상반기 중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아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스텐트 시술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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